연인을 만나도 ‘스마트폰, 너만 바라봐’
커플들 각자 SNS 세상으로
“페북 자주 확인 대화에 집중 안해 서운해”
페북 ‘연애중’ 표시 안해 삐걱
“헤이 미스터리/ 나의 즐겨찾기/ 이미 네 타임라인 속 모든 얘긴 외울 만큼 익숙해… 어떻게 시작해볼까/ 실수인 척 문자 해볼까/ 꿈에서처럼 너에게 전화가 온다면” 2013년 10월 가수 박지윤이 발표한 ‘미스터리’라는 노래의 가사 속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마음에 드는 남자의 계정에 올라온 글·사진을 탐색하면서 접근해가는 여자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1993년 그룹 015B가 발표한 ‘신인류의 사랑’에 나오는 “맘에 안 드는 그녀에겐 계속 전화가 오고 내가 전화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고”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화 세대인 20년 전과는 다른 사랑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SNS는 연인을 만나는 새로운 공간
2014년 1월 12일 오후 2시께 서울 신촌에 있는 한 대형 커피전문점 3층. 1층부터 3층까지 자리를 찾다가 돌아갈 만큼 찾는 이가 많은 곳에서 2시간가량 10쌍의 커플을 관찰했다. 대부분의 커플은 주로 스마트폰을 각각 혹은 같이 보면서 대화 소재로 삼았다. 한 커플은 나란히 앉아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고 노트북과 책을 펴놓고 공부를 했다. 다른 커플은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10분 정도 서로 말을 하지 않다가, 여자가 손으로 남자의 스마트폰을 가리며 “나 좀 봐봐”라고 하고 난 뒤에 비로소 얼굴을 보며 대화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거의 꺼내지 않은 짝은 외국인 커플 한 쌍뿐이었다. 이날 남자친구와 카페를 찾은 이주연(가명·29)씨는 “함께 있을때 남자친구가 페이스북을 자주 확인한다.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사랑의 시작과 끝에 깊숙이 개입한다. 2013년 9월 채성은(24·여)씨는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같은 교회에 다니는 남자 선배의 페이스북에서 보게 됐다. 주변에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 없어 답답해하던 채씨는 이 남자 선배와 이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교회 선배는 관련 영상을 페이스북으로 채씨와 공유하기 시작했고,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계기가 돼 지난 12월부터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채씨는 “페이스북으로 남자친구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몰랐으면 ‘그냥 아는 사이’로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은 사랑을 이어줄 때도 있지만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카카오톡 알림 숫자 ‘1’은 그중 하나다. 카카오톡엔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읽기 전까지는 읽음 알림 숫자가 남아 있는 기능이 있다. 한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임종훈(가명·24·남)씨는 밤에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여자친구가 카톡을 읽었는데도 답이 없어 임씨는 한참 기다렸다. 30분 정도 기다리다 ‘내 카톡을 무시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고, 다음날 말다툼을 했다. 여자친구는 카톡을 하다가 잠들어 읽은 것처럼 알림 숫자가 사라졌을 뿐 실제는 읽지 못했다고 설명해 오해를 풀었다.
과도한 ‘상태’ 표시에 ‘친밀감’아닌 ‘오해’ 커지기도
페이스북의 ‘연애중’ 표시도 연인 사이에 다툼의 빌미를 제공한다. 2013년 11월 여자친구를 만난 회사원 김현승(가명·30·남)씨는 사귄 지 1년이 넘었지만 페이스북에서 교제 상태를 ‘연애중’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이를 문제 삼았고 다툼으로 이어졌다. 여자친구는 “다른 사람한테 연애하는 걸 알리지 않는 건 나랑 헤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것 아니냐”며 캐물었다. 김씨는 “페이스북 친구 중엔 실제로 가깝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그들한테까지 나의 사생활을 알리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 여자친구는 “오해만 쌓일바에야 차라리 페이스북 ‘친구’를 하지 말자”고 해, 친구 관계를 끊었다.
이별 때는 ‘온라인에 쌓인 추억들’ 처리 고민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쉬워지고 많아진 것도 연인들을 불안하게 한다. 회사원 김승균(가명·29·남)씨는 2013년 8월께 스마트폰에 ‘정오의 데이트’라는 앱을 깔았다. 매일 낮 12시가 되면 새로운 이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주는 앱이다. 서로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면 대화도 시작할 수 있다. 하루는 여자친구가 김씨의 핸드폰을 보다가 이 앱 을 깐 것을 알게 됐다. 김씨는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앱을 깔았다”고 해명했다. 여자친구는 김씨가 앱을 깔기만 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한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앱을 지우게 했다.
스마트폰은 이별을 할 때도 전에 없던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한다. 직장인 이유진(가명·24·여)씨는 전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커플용 앱인 ‘비트윈’을 썼다. 이 앱은 연인끼리만 대화하고, 날짜별로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고, 기념일을 챙겨준다. 두 사람은 7개월가량 연애를 하며 많은 사진과 대화를 이 앱 에 쌓았다가 최근 헤어졌다. 이씨는 이별 뒤에도 이 앱을 바로 지우지 못하고 2개월가량 남겨뒀다. 이씨는 “결국 그 앱과 그 안의 데이터를 지울 땐 왠지 모를 허탈감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 사귄 남친과 다시 이 앱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늘어나는 1인 가구, 커지는 인터넷 세상
1인 가구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된 지 오래다.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 기술과 인터넷 공동체는 1인 가구 구조를 보완하며 강화하는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 집 건너 한 집은 홀로 사는 1인 가구다. 통계청은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25.3%(2012년 기준)라고 밝혔다. 추세를 보면 1990년 9.0%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2010년에 23.9%로 크게 늘어 우리 사회 가장 흔한 형태였던 4인 가구를 앞질렀다. 29.5%(1990년)에 달했던 4인 가구는 2010년 22.5%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계청은 이 추세가 계속돼 2025년에는 셋에 하
나꼴(31.3%)로 1인 가구가 되리라 전망한다.

2025년에는 1인 가구가 31%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보기술 발달은 ‘혼자 사는 세상’을 촉진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증가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의 하나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사회 전반의 개인주의화, 노년층의 분리 거주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장거리 극복과 실시간 연계도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결혼이 의무였던 유교적 질서에서 탈출하는 전환기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1인 가구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30~39살(19.1%)과 70살 이상(19.1%)이고 그다음이 20~29살(18.4%)이다.
통신기술에 힘입은 1인 가구 증가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온라인 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지원 획득 가능성에 대한 정부 조사를 보면 일상적 지원(62.1%)과 심리적 지원(69.3%)이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각각 15.4%포인트, 12.9%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운 나홀로족’에게 사이버 세상은 손쉽게 타인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배영 숭실대 교수는 “개인의 선택으로 1인 가구를 택한 이들에게 (온라인) 관심 공유의 네트워크는 훨씬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