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뒤바꾼 스마트기기 제대로 쓰는 법 고민할 때다”
스마트기기가 부른 사회변화 대처하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아날로그 세대는 디지털 자녀 교육은 물론 이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회적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스마트폰 이후의 다양한 현상과 과제를 다루는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설립을 준비하며, 2013년 12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강지원 변호사(초대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학)가 참석했다. 사회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전문가 패널 소개
강지원 변호사·초대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황용석 건국대 교수(언론학)
*왼쪽부터 가나다 순
사회 소통의 도구인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소통의 양과 대상은 늘어났는데 세대와 가족간 소통 격차가 오히려 커졌다. 왜 이런 상황이 닥쳤는가?
강지원 디지털은 소통의 도구라고만 하기엔 엄청난 변화다. 스마트폰으로 문명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장덕진 스마트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처음 보는 현상에 대해 공포심을 많이 가진다. 동시에 이런 상태를 이상적인 상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면 모든 게 문제다. 현실상의 차선의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객관적 비교에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에서 우리는 상당히 좁은 세상에 갇혀 산다. 지난200년간 자본주의는 개인을 토지, 신분, 대가족에서 분리, 고립시켰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을 다시 연결해주는 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제 ‘개인적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가족과 대화에 집중하지 않고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고립된 것이 아니다. 가족 공동체보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다른 공동체가 그 아이에게 더 중요한 것이다.과거 공동체가 ‘강한 연결 공동체’라면, 스마트폰 공동체는 ‘약한 연결 공동체’다. 약한 연결 공동체는 기존 공동체가 주는정도로 정서적 안정감이나 소속감을 주지 못한다는 단점이있다. 반면 정보의 양이 훨씬 많고, 균형 잡힌 정보를 얻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황용석 스마트폰은 사회적 비용보다 편의가 크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서 얻는 부정적 요소가 강조가 되면 사회적 협업이나 창의성이 위축된다. 현재 사회는초연결적이고, 데이터 기반적이며, 개인이 부상하는 사회다.오랫동안 개인은 철도나 방송 등 매개자에 매달려 있는 미약한 존재였다. 초연결 사회가 되면서 개인이 모든 사회의 중심이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또한 과거엔 신문, 방송 같은 공적커뮤니케이션과 사적 커뮤니케이션이 완전히 분리돼 있었지만 뉴미디어 사회가 되면서 두 영역이 결합됐고, 개인이 공적영역으로 나왔다.장근영 젊은 세대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일어나,가정 내 소통이 과연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됐다. 부모로부터 일방적 훈화를 듣거나 비교당하기 일쑤인 가정 내 소통 콘텐츠가 스마트폰에서 만나는 수많은 채팅 창에 비해 경쟁력이 있나. 그렇기 때문에 가정이 대화의 장에서 밀려나는것이다.
김상헌 ‘자녀가 부모보다 더 똑똑한 최초의 시대’에 우리가 사는 건지도 모른다. 과거엔 노인이 아이들에게 미래를 극복할지혜를 전수해주곤 했지만 지금은 어린아이들이 더 똑똑하다. 언제까지 중독 프레임에 넣어 규제할 수 없는 문제다. 규제는 최소한이어야 한다.
사회 부모가 유모차에 탄 아이에게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없나?
강지원 0~2살 영아기는 뇌 성장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시각과 청각에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입돼과부하가 걸린다. 시청각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굉장한 타격을 주면서 발달 지체, 인성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 전자파도있다.
장근영 영유아한테는 스마트폰을 안 주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들의 인지 발달이 시작되는 시기엔 물리적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프로그램처럼 중력 같은 자연법칙과 상관없이 작동하는 도구는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문제는 영유아 이후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세계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면대면 세계는 위험하지 않았나. 스마트폰 세계는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시행착오가 생기는 것뿐이다. 스마트폰의 부작용을 미리 보고 대응책을 만들어가면 된다.
황용석 정부에서 악성 댓글, 사이버 왕따 등 역기능을 막기위한 인터넷 윤리 교육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스마트 기기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안 가르쳐준다. 나는 딸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스마트폰을 사주는문제로 아내와 갈등이 있었다. “아이는 앞으로 스마트폰을 평생 끼고 살아야 한다. 이 미디어로부터 배제되는 것은 삶과 또래관계에서 고립되는 거다. 내가 어떻게 쓸지 가르칠 테니, 사줘서 활용 능력을 높여보자”고 했다. 우리나라 교육도 디지털 활용 능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의 관점으로 가야 한다. 사회심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자기 선택적 미디어’가 가진 지식의 편중이나 집단 편애가 나타나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만관계를 맺거나 특정 온라인 집단에 과도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귀속시키는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부모나교사를 위한 교육 매뉴얼을 잘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강지원 우린 영상물 등급제를 시행해 방송사가 ‘19살 이상 관람가’ 같은 표시를 한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왜 안 하나. “만 3살 이하 영유아에게는 주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를 스마트폰에 써 넣어야 한다. 기기와 콘텐츠 제조업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
김상헌 청소년들에게 콘텐츠를 팔아서 매출을 올릴 생각은전혀 없다. 스마트폰으로 우리 삶이 더 효율적이 되고 사람들도 똑똑해졌지만 특정 상황에 대한 불만은 있다. 밥을 먹을때 스마트폰을 보는 문제 같은 것이다. 얼마 안 가 식당이나가정에서 밥을 먹을 때는 스마트폰이 안 되도록 와이파이를끊어버리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
장근영 너무 기술 측면에서 보는 것 같다. 부모가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가르치면 되는데, 식탁에서 와이파이가 안 되게 하자는 것은 지나치게 물질적인 해결 방식이다.
황용석 인터넷 중독 연구에서 ‘부모 존재 효과’ 연구가 있다.가장 효과가 없는 방법은 사용량을 부모가 통제하는 것이다.대신 부모가 무엇이 좋고 나쁜지 알려주는 ‘적극적 중재’ 방식이 가장 효과가 좋게 나온다.
사회 아이들이 교사나 부모 같은 매개자가 없이도 정보를 알수 있는 세상이다. 청소년이 보호자 없이 세상에 내던져진 것같은 이런 상황은 어떤 문제가 있나?
장덕진 네이버에 단편적 지식은 많이 축적돼 있다. 하지만 단편적 지식을 구조화해서 스토리텔링하는 능력, 세계를 보는 렌즈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은 여전히 필요하다. 새로운 형태의 자아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시간이나 공간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어떤 새로운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강지원 역사상 처음으로 ‘스마트 칠드런’이라는 신인류가 나왔다.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니까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발상을 해낸다. 스마트폰을 많이 써서 문제라고 하는데, 문제는 게임·도박 같은 놀이성 콘텐츠에 병적으로 몰입하는 거다. 보는 콘텐츠가 건강하면 제지할 일이 아니다.
황용석 디지털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공적 커뮤니케이션에 개입하기 쉬워졌다. 어떻게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에 맞게끔 창의적으로 정보를 구성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것이 융합 문화에 기반한 미래형 교육인데, 역기능에 대한대응은 그중 한 차원일 뿐이다.
장근영 정보화의 순기능을 완전히 예측하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역기능을 충분히 알 수 없다. 이런 조건에서는 최소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저선, 타인의 사생활 정보 접속의 한계선과 같은 최소한의 금지규정을 정하고 나머지는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책임성 교육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통신비의 일부는 용돈에서 공제하는 등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사회 디지털 시대에서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부모 세대가 교육을 받고 새 기술을 익혀야 하는 전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장덕진 성인의 개입이 효과적이려면 아이들이 가진 정보와 성인들이 가진 정보 사이에 비대칭이 있으면 안 된다. 아이들이 만든 스마트폰 온라인 세계에 어른들이 어떻게 한 구성원이 될 것이냐가 문제다. 부모가 자녀와 온라인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되기만 하면 대략적인 사회적 규범의 틀을 가질 수 있다.이런 부분에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황용석 유럽연합(EU)에서 하는 스마트폰 아동 보호 정책의 요지는 ‘기회’와 ‘위험’의 균형이다. 표현 능력을 증진시키고 시민사회와 교류하도록 긍정적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건 ‘기회’로 사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왕따 같은 ‘위험’ 요소에 대해선 기술을 활용해 자녀 세대와 대화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교사, 학부모 교육이 이뤄진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너무 위험에 초점을 맞추니까 기술이 주는 기회를 이용해 위험을 막아내는 교육 모델이 안 나온다.

2013년 12월2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린 ‘스마트 기기가 부른 사회변화’ 좌담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문명에 걸맞은 미디어 교육을 통해 성인세대와 디지털세대간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근영 정보화 기술로 인해서 부모와 자녀의 세력 균형이 일부 바뀌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주로 정보 분야, 그것도 일상과 무관한 특수 분야에서만 뚜렷할 뿐 대세는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훈육 문제는 정보기술을 몰라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훈육해야 하는지 기본 원칙을 모른다. 부모는 그저 돈만 벌어올 뿐 모든 것을 돈 주고 맡긴다. 자녀와 축적된 교류의 역사 자체가 빈약해 소통할 근거도 결핍되어 있다. 또한 부모가 원칙 없이 학원의 상업적 마케팅이나 주변 학부모의 부추김에 쉽게 휘둘리면서 일관성 없는 훈육이 이루어진다. 양육의 기본 원칙을 배우고실천하는 교육은 디지털 환경과는 무관하게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필요하다.
사회 디지털화와 스마트폰 대중화가 가져온 새로운 시대적 과제 중 우리 사회에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강지원 인간의 기억 능력과 과거 콘텐츠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오프라인에서 인쇄매체가 어떻게 될 지 대전환시대에 놓여 있다. 사람이 기계를 활용해야지 사람이 기계에 압도당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잘 활용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또한 공급업자의 사회적 책임(CSR)을 말하고 싶다. 게임중독 문제 등에 기업이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장덕진 자녀들이 부모 세대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의 성격 자체도 변한다. 상당한 도전이나 너무 당황할 필요는 없다. 전통적인 권력 관계를 놓고 보면 바람직한 변화다. 과거 한국 사회엔 강력한 국가가 있을 뿐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차피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이냐가 문제다.
김상헌 온라인상의 다양한 부작용은 사실 오프라인의 투영이다. 우리 사회의 폭력성, 성적 불평등, 권위주의, 경제적 양극화를 같이 보지 않는 한 댓글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서비스 사업자로서 중요하게 느낀 것이 민간과 사업자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용석 정보통신 기술은 굉장히 좋은 학습도구라는 긍정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면교육적 성취가 높아진다는 통계가 많다.
장근영 나는 디지털화가 우리 사회를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놓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본질에 눈을 뜨게 했다. 사이버 공간은 그동안 현실적인 장벽에 막혀 있던 우리의 상상이 현실화된 곳일 뿐이다.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규제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이를 통해 드러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리/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