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연구 리포트

던바의 법칙

2014.11.14

던바의 법칙 친구 맺기의 적정선

스마트폰과 SNS로 인해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됐다.

스마트폰과 SNS로 인해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됐다. 인터넷은 거리를 없앴다. 공간적 거리를 없앴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거리도 큰 장애가 되지 않게 했다.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도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옆방에 있는 가족보다 더 편하게 소통할 수도 있다. 대화하는 상대가 실시간으로 응답하지 않아도 메신저나 SNS에서는 소통에 불편함이 별로 없다. 스마트폰에서 ‘알림’ 기능 설정에 따라 즉시 또는 나중에 응답할 수 있다. 인터넷 이전에는 소통을 위해서 서로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많이 써야 했다. 이제 특정 상대에게 배타적 시공간을 많이 할당하지 않고도 관계를 유지하고 만들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대화를 이어가는, 늘 연결된 삶이다.

한때 관계를 맺었다가 연락이 끊긴 친구와 지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 연결되기도 한다. 국내에선 폐쇄형 SNS인 네이버 ‘밴드(Band)’가 초・중・고교 동창들의 모임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학교와 학년별로 모임이 만들어져 간단하게 가입해서 동창들을 찾을 수 있는데, 가입 회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밴드뿐 아니라 카카오톡에서도 초・중・고교 동창들끼리 수다를 떠는 방이 제각각 만들어져 수시로 화제를 교환한다. 예전 같으면 관계 유지를 위해 1년에 한두 번 만나거나 소식을 전해 듣는 것이 대부분이던 학창 시절 친구는 이제 카카오톡의 그룹채팅 또는 밴드를 통해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잡담을 주고받는 상대가 됐다.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가 짝꿍과 수시로 수다를 떠는 느낌이다.

네이버 밴드의 동창 찾기 기능

인터넷은 기존 친구들과 끊겼던 연결을 되살리고 강화시킨 것은 물론 알지 못하던 이들도 친구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한 새로운 관계 맺기가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 친구(페친), 트위터 친구(트친)로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친구 혹은 지인 네트워크다.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보거나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고 이름도 몰랐던 사람이지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친구 맺기가 이뤄지면 일상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수시로 표현하는 생각과 감정적 변화까지 소상히 알게 된다. 페이스북 친구를 맺으면 상대의 페이스북 친구를 일람하는 것으로 교우 관계도 한 번에 파악하게 되고 이제껏 누구와 어떤 내용으로 소통해왔는지도 알게 된다.

자연히 관계의 폭이 넓어진다. 개인적 면식이 없지만 새로이 친구 관계를 맺어 트위터 팔로어가 수천 명, 페이스북 친구가 수백 명인 경우가 흔하다. 스마트폰의 주소록 정보를 이용해 기존에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은 관계라면 모조리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SNS의 친구 추천 기능이다. 여기에다 가까운 이들과는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 집단대화방을 통해 수십 개의 모임을 만들고 있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

SNS를 통해 과거에 비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난 친구 관계는 더 풍부해진 인간관계를 담보하는가? 이 질문은 ‘소셜네트워크 환경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친구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같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저명한 진화생물학 교수 로빈 던바는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관점을 제시하며, 《발칙한 진화론》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의 원제는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How many friends does one person need?)”다.

던바는 한 사람이 사귀면서 믿고 호감을 느끼는 사람, 즉 진짜 친구의 수는 최대 150명이라고 주장한다. 이 관계는 달리 표현하면 예고 없이 불쑥 저녁 자리나 술자리에 합석해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던바의 수’인 150은 SNS를 통해 디지털 세대의 친구 숫자가 수천 명 단위로 늘어난 상황에서 아무리 새로운 기술 도구를 통해 인맥이 확대되더라도 진짜 친구의 숫자는 변화가 없다는 주장으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로빈 던바의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

1970년대 아프리카에서 여러 해 동안 야생 원숭이들의 집단생활을 관찰해온 던바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 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상이 150명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장류는 개미와 벌 등 군집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강력한 사회적 유대 관계에 의존한 집단을 이루고 산다. 던바는 영장류 두뇌에서 의식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의 상대적 크기가 집단의 규모와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지표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 대뇌가 크고 신피질이 발달했다. 인간이 어떤 동물보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뇌의 용량과 구조도 진화했다는 것이 진화생물학의 설명이다.

던바는 집단의 크기와 대뇌 신피질의 크기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개코원숭이, 짧은꼬리원숭이, 침팬지 사회 등에서 확인했다. 던바는 원숭이와 유인원을 통해 확인한 신피질과 집단 규모의 상관관계에 기초해 추정하면 인간 집단의 적정 크기는 약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즉 150명은 평범한 한 개인이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치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간 집단의 크기를 알려주는 사회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부족이다. 수십 개의 부족 사회를 조사한 결과 평균 규모는 153명으로 나타났다. 던바 교수팀이 영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말 크리스마스 카드를 몇 명에게 보내는지 조사한 결과 1인 평균 68곳이고 그 가정의 구성원을 포함하면 약 150명이었다. 로마 시대 로마군의 기본 전투 단위인 보병 중대는 약 130명이었고 현대 군대의 중대 단위도 세 개 소대와 지원 병력을 합쳐서 대개 130~150명이다. 기술 문명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기독교 개신교의 근본주의 일파인 아미시(Amish)는 공동체 규모가 평균 110명이다. 집단의 구성원이 150명을 넘으면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해당 공동체를 둘로 나눈다. 기능성 섬유인 고어텍스의 제조사인 고어(Gore)는 위계질서에 따른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을 지향하면서 공장의 조직 단위를 150명으로 운영한다.

로빈 던바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영국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낼 때 평균적으로 받는 사람의 숫자는 가족을 포함해 150명이었다.

공감 집단과 관심의 경제학

트친, 페친이 진짜 친구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던바의 주장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관계의 양적 크기보다는 질적 깊이가 중요하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이 매우 곤란한 지경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진짜 친한 관계는 3~5명이라고 말한다. 이 관계는 모든 관계의 핵심이고 그다음은 15명, 그리고 그다음은 30명 정도의 규모다.

사회심리학자들은 12~15명 규모의 친한 관계에 공감 집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감 집단이란 그중 누군가 사망하는 등 변고가 생기면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로 상심하게 되는 관계다. 예수의 제자들, 배심원단, 야구와 축구 같은 주요 스포츠팀 등이 이 범위로 만들어졌다.

가족과 친구 등 우리가 기꺼이 마음을 열고 무엇이건 소통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되는 결론이다. 뱁슨대학 학장인 경영학자 토머스 데이븐포트는 2001년 펴낸 《관심의 경제학》에서 유한한 자원이자 화폐로서의 관심을 분석했다. 정보기술 사회가 되면서 정보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공급은 크게 늘어났지만 수용자인 사람의 관심은 정보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보 공급이 늘어날수록 관심 자원은 부족해진다. 즉 소셜네트워크 환경에서 관심을 요구하는 친구가 늘어날수록 제한된 관심 자원은 부족해지고 이는 관계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친구와 소통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이것이 오히려 관계의 피상화를 가져오는 역설적 상황이다.

친구는 늘고 외로움은 커진다

2013년 뉴욕대학 사회학 교수 에릭 클리넨버그는 저서인 《고잉 솔로》에서 외로움을 결정하는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것이 관련 연구의 공통된 결과라고 말했다. 인간관계에서 양으로 질을 대체하려는 것은 허망한 시도라는 얘기다. 외로워서 더 많은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법이라는 지적이다.

소셜네트워크 환경은 관계의 피상화를 불러왔다 <출처: @Atilla1000 (flickr)>

현대 사회에서 외로움의 주된 원인이 디지털 기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술은 다른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관계의 깊이보다 양을 추구하는 경향을 만들고 있다.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됐다.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인간관계에서 가족의 비중이 줄어들고 개인 스스로 선택하는 관계인 친구 맺기의 비중이 커지게 됐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관계 맺기 본능은 디지털 기술 환경 덕분에 더욱 부추겨지고 격려받는 욕구가 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사용자에게 더 많은 사람과 친구를 맺고 더 많은 사적 정보를 공유하라고 채근한다. 사용자가 맺은 관계를 분석해서 ‘당신이 알 만한 친구’나 ‘당신이 팔로한 이들과 유사한 사람들’ 등의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욱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라고 부추긴다. 수시로 ‘당신이 알 만한 친구’를 추천하며 관계 확대를 지향하는 페이스북은 SNS의 관계가 갖는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페이스북은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한도를 1인당 5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페이스북 출신의 데이브 모린은 2010년 말 로빈 던바 교수의 자문을 받아 ‘던바의 수’인 최대 150명까지만 친구로 등록할 수 있는 SNS ‘패스(Path)’를 출시한 바 있다. 2014년 패스는 메신저 앱 톡(Talk)를 내놓으면서, 친구 숫자 제한을 없애기도 했다. 하지만 던바의 수 ‘150’은 제한 없는 상황에서도 적용된다. 온라인게임 파르두스(Pardus)는 2004년 개발돼 이용자가 40만명에 이르며 한 번에 7000명 정도가 상호작용이 가능한데다, 이용자간 상호작용이 기록으로 보존되어 분석이 용이하다. 분석 결과, 동맹군의 규모에 제한이 없는데도 게이머들은 현실세계와 비슷한 사회적 관계를 조직했고 가장 많은 동맹군의 규모가 136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빈 던바의 책 제목인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한가”는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y)의 단편 소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를 떠올리게 한다. 드넓은 땅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농부 이반에게 실제로 필요한 땅은 결국 그의 관을 누일 두 평 남짓에 불과했다.

구본권 이미지
구본권 | 한겨레신문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언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한양대 신방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1990년부터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2014년 설립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2014), [인터넷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나](2005), [별별차별](2012, 공저)을 저술했으며, [잊혀질 권리](2011)를 번역했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통해 디지털 시대, 기술의 새로움과 편리함 너머 더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용법을 성찰하고 널리 알리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이미지
출처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과 구체적인 지침을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으로 제안한다. 디지털의 속성과 구조를 파악하고 디지털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필수 교양이 된 것이다. SNS가 주는 박탈감이나 행복감 모두를 성찰하면서 도구로서 현명하게 사용할 방법을 권한다. 사람과 디지털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지침서!
발행2014.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