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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리포트

셀카

2014.10.31

셀카 참을 수 없는 본능인가? 왜 그렇게 찍어댈까?

만델라 추도식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 헬레 토르닝-슈미트 덴마크 총리,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셀카에 끼지 않았다.

장례식장에서도 ‘치~즈’를 외치게 한다?

철없는 10대 얘기가 아니다. 국제 무대에서 만난 각국 정상들에게도 일상사다.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2013년 12월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추도식에서 옆자리의 헬레 토르닝-슈미트(Helle Thorning Schmidt) 덴마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와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었다. 오바마는 15분에 걸친 격정적 추모 연설로 장내를 감동시켰지만 자리로 돌아온 뒤 셀카를 찍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돼 ‘신중하지 못한 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2013년 3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침입해 직원을 위협하고 돈을 털어간 복면 강도들은 셀카에 덜미를 잡혔다. 강도를 모의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복면을 쓰고 부엌칼을 든 모습을 스마트폰에 셀카로 찍어놓았던 것이다. 10대 소녀 강도들이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존속살해와 연쇄살인을 저지른 흉악범들이 범행 직후 현장에서 셀카를 남겼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잇따랐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브리지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구조대와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한 젊은 여성이 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이 모습이 사진기자에게 포착돼 <뉴욕 포스트> 1면에 실렸고, 그 여성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셀카(most selfish selfie)’를 찍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Financial Times>에는 2013년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셀피(selfie: 셀카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라는 내용의 칼럼이 실렸고, 2013년 말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렇게 되기 직전 12개월 동안 ‘셀피’라는 단어의 사용은 170배나 늘어났다.

시도 때도 없는 셀카의 유혹

2014년 올해의 단어는 ‘셀카봉’이 아닐까? <출처: 연합뉴스>

바야흐로 셀카의 시대다.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내장된 이후 사람들은 뭔가 의미 있거나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일단 찍는다. 찍고 또 찍는다. 그 대상은 주로 자기 얼굴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황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다.

애초 스마트폰에서 영상통화 기능을 위해 도입된 저해상도 전면 카메라는 셀카에 쓰이면서 최고 800만 화소까지 고해상도 경쟁을 벌였다. ‘얼짱 각도’에 만족하지 않는 이들은 ‘셀카봉’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셀카를 찍고 있다. 전화기를 끼우고 다양한 각도에서 셀카를 찍게 해주는 긴 막대인 셀카봉은 젊은 층의 여행 필수품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극한의 셀카’가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다. 절벽 끝이나 고층 빌딩에 아슬아슬 매달린 사진은 평범한 수준이다. 전투기 조종석에서 또는 스카이다이빙 도중의 셀카에 이어 2013년 12월 24일에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우주 셀카가 등장해 ‘셀카 올림픽’의 순위 다툼을 종결시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마이크 홉킨스(Mike Hopkins)가 국제 우주정거장을 수리하는 우주유영 도중 셀카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다.

색다른 셀카를 찍으려다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2014년에 들어서만도 8월에는 유라시아대륙 서쪽 끝인 포르투갈 호카 곶에서 여행 중이던 폴란드인 부부가 셀카를 찍으려다 다섯 살과 여섯 살인 두 아이를 남기고 추락해 숨졌다. 7월에는 멕시코시의 오스카르 아길라르(21세)가 장전된 줄도 모르고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셀카를 찍다 사망했다. 6월에는 미국 여성 코트니 샌퍼드(32세)가 고속도로 운전 도중 셀카를 찍다가 트럭을 들이받고 숨졌고 이탈리아 소녀 이사벨라 프라키올라(16세)는 해안 절벽에서 셀카를 찍다 18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4월에는 필리핀 파시그시의 열네 살짜리 여학생이 학교 계단통에서 셀카를 찍다 추락사했고 러시아 소녀 크세니야 이그나티예바(17세)는 철교 위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감전사했다.

셀카 올림픽의 금메달? ‘우주 셀카’

우리는 왜 그렇게 셀카를 찍어댈까?

셀카 이전에도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담는 행위는 있었다. 셀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자화상’이다. 이는 화가 자신에 의해서만 수행될 수 있는 전문적 작업이었다. 이처럼 전문가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서 자신의 모습을 담았던 일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사진 기술의 발달 덕분이었다. 특별한 촬영 기술 없이, 필름 값과 인화비 걱정 없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고 또 찍을 수 있는 것은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 덕분이다.

<타임>의 “미 미 미 제너레이션” 커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늘날 셀카가 만인의 일상적 습관이 된 것은 최근 스마트폰이 등장한 후의 상황이다. 스스로 얼굴을 기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이제 셀카 촬영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거울이 등장한 이후 스스로의 모습을 수시로 비춰보는 것이 일상이 된 것처럼.

셀카가 거울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은 셀카 촬영을 나르시시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셀카 촬영의 심리와 배경은 셀카 세대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부르며,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 자아도취적 성향이 강하다고 본다. 2013년 5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Time>은 커버스토리 “미 미 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을 통해 이세대의 특징을 고찰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인 밀레니엄 세대는 부모로부터 “너는 특별하다. 꿈꾸면 뭐든지 될 수 있다”라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격려를 부단히 받으며 성장했다. 이 세대는 TV 리얼리티 쇼를 시청하며 자라났고, 직접적인 대면 접촉보다는 컴퓨터나 TV 등 화면을 통한 소통에 익숙하며,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세대다.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촬영하고 인화해서 고이 보관하고 전시하던 필름카메라 시절의 사진과 밀레니엄 세대가 하루에도 수십 장씩 찍어대는 셀카는 같은 사진이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혼자 보자고 찍은 사진이 아니다

셀카는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주인공이지만 혼자 보자고 찍는 사진은 아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콘텐츠 못지않게 인기가 높고 널리 공유되는 사진이 바로 셀카다. 2014년 3월 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진행자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가 주위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어 트위터에 올린 셀카는 한 시간 안에 200만 건 넘게 리트위트되는 기록을 세웠다.

인터넷에는 하루 평균 약 3억 5000만 장의 셀카가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셀카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촬영 도구와 미디어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사진술과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 대부분이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게 됐다. 2014년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의 카메라 해상도는 다수가 1300만 화소다. 웬만한 디지털카메라를 능가하는 고성능이다. 스마트폰에는 셀카 전용 렌즈가 추가되고 다양한 보정 기능이 부가됐다.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전화에도 카메라 기능이 있었지만 셀카가 유행하고 확산된 배경은 SNS와의 결합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에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차원이 다른 셀카 시대가 열리게 됐다.

엘런 드제너러스(Ellen DeGeneres, 아래 쪽 흰옷 입은 여성)가 주위의 할리우드 스타들과 찍어 트위터에 올린 셀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셀카를 지인들에게 보여주는 행위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는 흥미롭다.

영국 버밍엄대 데이비드 호튼(David Houghton) 교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연구를 통해 “연인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는 사진을 많이 공유할수록 둘 사이의 친밀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애정의 증거로 셀카를 많이 공유하는 커플일수록 오히려 관계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 나탈리 바자로바(Natalie Bazarova) 교수도 “친밀한 정보가 사적 경로가 아닌 공적인 경로를 통해 알려지게 되면 당사자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내가 공유한 셀카에 함께 찍힌 친구는 제3자에 의한 공개를 반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오도록 찍고 또 찍는 셀카지만 본질적으로 그 목적은 자기만족보다는 관계 형성에 있다. 나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망이 셀카의 뿌리다. 그래서 셀카는 ‘나’를 찍는 자아도취적 행위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높아진 자존감만큼 늘어난 불안

셀카는 ‘나’를 찍는 자아도취적 행위이지만 동시에 ‘관계’를 지향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찍어대는 셀카가 상징하는 나르시시즘은 건강한 관계의 신호가 아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이 강한 사람보다는 나약한 자아와 자존감으로 인해 외부적 확신 요소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진 트웬지(Jean Twenge) 심리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방대한 규모로 미국 젊은 세대의 나르시시즘 현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트웬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최근 젊은 세대가 자신을 중요하게 간주하는 나르시시즘 성향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것이 행복감과 만족감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젊은 세대의 자존감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와 더불어 침울함, 불안, 걱정, 우울, 소외감도 함께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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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 한겨레신문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언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한양대 신방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1990년부터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2014년 설립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2014), [인터넷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나](2005), [별별차별](2012, 공저)을 저술했으며, [잊혀질 권리](2011)를 번역했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통해 디지털 시대, 기술의 새로움과 편리함 너머 더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용법을 성찰하고 널리 알리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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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과 구체적인 지침을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으로 제안한다. 디지털의 속성과 구조를 파악하고 디지털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필수 교양이 된 것이다. SNS가 주는 박탈감이나 행복감 모두를 성찰하면서 도구로서 현명하게 사용할 방법을 권한다. 사람과 디지털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지침서!
발행2014.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