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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프라이버시는 끝났다

2014.08.29

프라이버시는 끝났다 마크 저커버그도, 에릭 슈밋도 털리는 세상

마크 저커버그와 여자 친구. 마크 저커버그는 2011년 페이스북 계정에서 비공개 설정해 놓은 자신의 사적 사진들이 공개되는 수모를 겪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잇단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The Age of Privacy is Over)”라고 공언하며 온라인에서 프라이버시 붕괴의 전도사 노릇을 자임해왔다. 미국의 정보기술 매체인 <테크크런치(Tech Crunch)>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2004년 내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대상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왜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왜 각자 웹사이트를 가져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 개인적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사회적 규범이 아니다. 사회 규범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페이스북 창업시에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만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지금 페이스북을 창업한다면 가입자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고 싶다.”

마크 저커버그의 사적인 사진 유출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주장하는 페이스북 창업자이지만 그 역시 프라이버시의 영역을 갖고 있었다. 저커버그와 그 가족은 페이스북에서 신상이 털리는 굴욕을 연거푸 당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1년 12월 초순 페이스북 계정에서 비공개 설정해 놓은 자신의 사적 사진들이 제3자에 의해 공개되는 수모를 겪었다.

공개된 사진에는 저커버그가 친구들과 할로윈 파티를 즐기는 모습, 여자친구인 프리실라 찬과 함께 있는 모습, 닭을 잡거나 주방에서 초밥을 만드는 모습 등이 포함됐다.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비공개 사진이 공개된 것은 페이스북의 결함 때문이었다. 비공개로 설정된 사진이라도 제3자가 ‘게시’ 버튼만 누르면 해당 콘텐츠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코드상 오류가 원인이었다. 문제가 불거진 뒤에 페이스북은 오류임을 인정하고 수정했지만, 저커버그의 비공개 사진은 이미 보도된 뒤였다. 지금도 손쉽게 검색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2012년 크리스마스 때 마크의 누나인 랜디 저커버그(Randy Zuckerberg)는 한자리에 모인 저커버그 일가의 가족 파티 사진을 잠시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바로 지웠다. 하지만 게시자 의도와 달리, 사진은 삭제되지 않았고 제3자에 의해 트위터로 널리 공개되는 소동을 겪었다. 랜디 저커버그는 자신이 잠시 공개한 사진을 공유한 사람에 대해 “디지털 에티켓” 운운하며 발끈했지만, 정보기술 매체를 비롯한 많은 언론은 “저커버그 가족들조차 페이스북의 복잡한 프라이버시 설정의 덫에 걸려 넘어졌다”고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2013년 10월 3000만달러(약 320억 원)를 들여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인 팔로 알토 자신의 집 주변에 있는 주택 네 채를 사들였다. 수십조 원 넘는 재산을 보유한 세계적 거부가 합법적으로 주택 구매를 한 것이지만, 큰 화제가 됐다. 저커버그가 한꺼번에 자신의 집과 담을 맞댄 집들을 모두 사버린 이유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라는 점 때문이다.

저커버그의 집. 저커버그는 2013년 자신의 집 주변에 있는 주택 네 채를 사들였다. <출처: bing>

에릭 슈밋의 사적 정보 노출

구글의 에릭 슈밋(Eric Schmidt) 회장도 프라이버시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사적 정보 노출로 곤욕을 치렀다.

에릭 슈밋은 2009년 CNBC와 인터뷰에서 “무엇인가에 대해서 누구도 알지 못하길 바란다면 인터넷에 올려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정보 삭제’란 있을 수 없고, 일단 공개한 인터넷 글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후회할 일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에릭 슈밋은 이후 약간 태도를 바꿨다. 그는 2010년 8월 14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는 순간 자신의 ‘디지털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두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 이후 친구들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에 남아 있는 ‘한때의 일탈’을 감추기 위해서, 이름을 바꿔서라도 과거 행적을 송두리째 지울 필요가 생길지 모른다는 말이다.

슈밋은 2013년 5월 뉴욕대학 강연에서는 기존의 태도를 좀 더 수정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 한때의 실수가 어른이 된 뒤에도 웹에서 유통되는 것은 문제”라며 “인터넷에 삭제 기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태도를 바꿨다.

<시넷>은 30분간의 ‘구글링(Googling)으로, 에릭 슈밋의 재산 목록, 부인의 이름과 파티에서 춤을 춘 상대, 주소, 취미활동 등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어내 공개한 후, 1년간 구글 취재 제한을 당했다. CNN/Money의 기사.

슈밋도 일찌감치 자그마한 소동을 겪은 바 있다. 2005년 7월 당시 구글의 최고경영자였던 에릭 슈밋은 정보통신매체인 <시넷(CNet)>과 갈등을 빚었다. <시넷>은 검색엔진 구글이 사생활 정보를 손쉽게 노출시킨다는 것을 보도하기 위해 구글 최고 경영자의 사적 정보에 얼마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넷>은 30분간의 ‘구글링(Googling)’으로, 에릭 슈밋의 재산 목록, 부인의 이름과 파티에서 춤을 춘 상대, 주소, 취미활동 등의 개인정보를 손쉽게 얻어내 공개했다.

슈밋은 자신의 프라이버시 정보가 구글링으로 공개됐다는 <시넷>의 보도에 발끈해, 한동안 <시넷>의 구글 취재를 제한하는 보복으로 대응한 바 있다.

슈밋은 2013년 7월에도 인터넷에서 화제를 만들어냈다. 그가 사진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비키니와 반라의 여성 사진을 여럿 팔로잉해온 사실이 전문매체를 통해서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자, 슈밋은 곧바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 슈밋은 구글 플러스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주로 정보기술 전문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감춰온 개인적 취향이 드러나자, 평소의 소신과 달리 ‘긴급 삭제’로 대응한 것이다.

에릭 슈밋은 2013년 7월 <뉴욕포스트> 보도를 통해, 뉴욕 맨해튼에 1500만 달러(약 160억 원)짜리 고급아파트를 구입한 뒤 수백만 달러를 들여 특별한 방음시설 공사를 하는 등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웃과 함께 쓰는 아파트 공용승강기 대신 자신만 타는 전용승강기도 선택했다. 슈밋은 결혼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각각 다른 여성들과 내연 관계를 맺어왔다는 스캔들 보도를 몰고 다녔다. 미국의 언론들은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주장하던 슈밋 회장이 실제로 자신의 자유분방한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붓는 게 모순된 행태라고 비판했다.

에릭 슈밋 구글 CEO는 인스타그램에서 여성 사진을 여럿 팔로잉하여 화제를 일으켰다. 그는 계정 삭제로 대응했으나, 문제의 사진들은 구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설계자도 피하지 못했다

복잡한 건물의 구석구석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건물에 큰 충격이 가해져 손상을 입을 경우 어떠한 피해가 나타날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그 건물의 설계자다. 인터넷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의 코드를 짠 설계자와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는 경영자가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며 위험성을 알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가 겉으로 내세우는 장점에서 한발 떨어져 설계자나 제조자가 개인적 영역에서 결정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 이용자들은 알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입학 전 고교시절부터 프로그래밍 천재로 이름을 알렸으며, 에릭 슈밋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경영자다. 두 사람은 누구보다 인터넷의 기본 구조와 소프트웨어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가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설계했거나 운영하는 서비스에서 스스로 프라이버시가 노출되고 침해당하는 경우를 예방하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인터넷 속성상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당시 유출된 사진과 정보는 지금도 손쉽게 검색되고 유통되고 있다.

프로그램 설계자와 운영자로서 마크 저커버그와 에릭 슈밋이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결국 선택한 길은 엄청난 돈을 들여서 이웃의 집들을 모두 매입하거나, 최고급 펜트하우스에 별도의 방음장치를 하고 전용 승강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또 프라이버시가 문제가 되면 기존의 발언을 뒤집거나 서비스 방침을 바꿨다. 이들은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말하지만,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을 더 끌어모으기 위한 사탕발림 홍보 문구에 불과하다.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 계정. 전세계 페이스북의 친구관계를 나타낸 지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구글의 서비스를 쓰는 거의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그 설계자와 운영자들만큼 해당 프로그램의 특성과 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들 갑부처럼 자신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엄청난 규모의 자산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일반 이용자들은 정보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 돈도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인간답고 존엄한 삶을 위한 기본적 조건인 프라이버시 권리는 갖고 있다.

세계적 정보기술 기업의 수장으로 디지털 시대에 사실상 프라이버시는 사라졌다고 주장해온 저커버그와 슈밋이 개인적 차원에서 보여준 ‘이중적 행태’가 알려주는 바는 분명하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와 설계자라 하더라도 디지털 시대에 프라이버시를 지켜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내기 위해 디지털 기업의 거부들이 동원한 방법은 일반인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엄청난 돈이다. 저커버그와 슈밋에 비해 돈도, 지식도 부족하다면 우리는 프라이버시 공개를 필수요소로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뜻과 달리 사생활이 노출되는 상황을 피해갈 수 있을지 고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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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 한겨레신문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언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한양대 신방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1990년부터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2014년 설립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2014), [인터넷에서는 무엇이 뉴스가 되나](2005), [별별차별](2012, 공저)을 저술했으며, [잊혀질 권리](2011)를 번역했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통해 디지털 시대, 기술의 새로움과 편리함 너머 더 행복하고 지혜로운 사용법을 성찰하고 널리 알리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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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철학과 구체적인 지침을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으로 제안한다. 디지털의 속성과 구조를 파악하고 디지털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필수 교양이 된 것이다. SNS가 주는 박탈감이나 행복감 모두를 성찰하면서 도구로서 현명하게 사용할 방법을 권한다. 사람과 디지털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위한 지침서!
발행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