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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님하 이불킥 할 일들…”, 값비싼 ‘온라인 흔적 삭제’

2014.11.18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화상 통화를 미끼로 호기심을 자극해 알몸 영상을 확보한 뒤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김영훈 기자

최근 노래 제목으로도 쓰인 ‘이불킥’이란 말이 있다. 포털에서 사용자들이 만드는 사전을 보면,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 부끄럽거나 화가 났던 기억이 떠올라 이불을 차는 현상”이라는 풀이에 “우리가 중학생 때 쓴 글을 보고 잠자리에서 이불킥을 할지도 모른다”는 예문이 달려 있다.

누구나 초등학생, 중학생 때의 천진난만하고 치기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자란다. 성장과정 중 위험한 일을 무릅쓰는 특성은 유전자에 내재된, 청소년기의 일반적 성향이다. 늘 있어왔던 현상인데, 문제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게 기록으로 남고 손쉽게 호출되어 유통된다는 점이다.

지난 4일 20대 남자 대학생이 알몸 화상 채팅을 한 뒤, 거액을 내지 않으면 지인들에게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다가 광화문 인근 건물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성과의 화상 통화를 미끼로 호기심을 자극해 알몸 영상을 확보한 뒤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이라는 신종 사기협박 수법이다. 지난 4월 부산 사상경찰서는 몸캠 피싱 수법으로 9000명으로부터 53억원을 챙긴 혐의로 중국인 등을 구속했고, 8월엔 비슷한 협박을 받던 34살 남성이 충북 제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사기꾼들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데, 사용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구조와 위험성을 모른 채 호기심만 좇다가 곤경에 처한 경우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을 별 학습과정 없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을 알고 지혜롭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과 유익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 기술의 영향과 위험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하고, 더욱이 부모들은 자녀들의 디지털 생활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앞두고 온라인에 남아 있는 ‘이불킥’할 흔적들을 지워주는 온라인 평판관리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성업중이다. 미국의 레퓨테이션닷컴과 같은, ‘잊혀질 권리’를 상업화한 사업모델이다. 최근 한 국내 업체는 수능 수험생을 상대로 한 상품을 내놓고 평판관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수능 수험표를 제시하면 기존 평판관리 상품을 절반값인 249만원에 판다는 것이다. 이런 상업화 움직임들은 지워지지 않고 있는 청소년 시절 낙서 같은 콘텐츠의 삭제에 대해 어떤 답안을 내놓을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필요로 하는 배경이다. 또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불킥’과 ‘잊혀질 권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일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