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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보 따라하는 개, 로봇과 친구 될 수 있을까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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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디지털] 강아지와 로봇개 공생 실험

소니, 지난달부터 아이보 시판 개시
300만원 넘는 가격불구 1만대 예약
일부 강아지, 친구 인정 친밀행위
“작별이야”에 얼굴 핥으며 아쉬움

시바견이 아이보와 놀고 있다.  소니 제공.
시바견이 아이보와 놀고 있다. 소니 제공.


# 50대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얼마 전 강아지를 한 마리 더 입양했다. 박씨는 자녀가 장성해 가정이 적적해지자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우울증세를 보였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반기는 대신 소파 밑으로 숨어들고 재롱을 피우지 않고 매사에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외로움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라며 같이 놀 강아지를 들이라고 권했다. 집에 친구가 들어오자 강아지의 우울증이 치료됐다.



# 일본의 로봇강아지 아이보 주인들은 2015년 1월 지바의 한 사찰에 모여 아이보의 합동 천도재를 지냈다. 아이보 제조사인 소니가 1999년부터 생산판매해온 아이보의 서비스를 2014년 공식 중단하기로 해 아이보가 고장나면 회생할 길이 사라지고 죽음을 맞음에 따른 이별의식이었다. 2015년 6월17일 <뉴욕타임스>의 ‘로봇개의 죽음’ 동영상에는 아이보 주인들이 로봇강아지를 반려로 받아들인 뒤 맺은 유대감과 상실감이 생생하다.



생산과 서비스가 중단됐던 소니의 강아지 반려로봇 아이보 일반 판매가 지난달 26일 재개됐다. 소니는 지난해 10월과 올해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쇼(CES)에서 모델을 소개하고 예약판매에 나섰지만, 실제 소비자 공급은 이번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한국 돈으로 제품값 약 200만원에 3년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 가격을 포함하면 300만원이 넘는 수준이다. 석달 만에 예약판매 1만대를 넘어서는 등 신형 아이보는 1999년 출시 이후 6년간 15만대가 팔린 이전 모델의 인기에 필적한다. 19년 만에 재등장한 아이보의 겉모습과 물리적 기능은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소프트웨어와 지능은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아이보가 기반하고 있는 클라우드컴퓨팅, 통신,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과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달한 게 배경이다. 또 그동안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기계와의 소통에 더욱 익숙해졌다. 반려로봇의 사회적 수용환경인 고령화, 독신가구 증가는 가속화하고 있다.



소니는 이번에 아이보를 시판하면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아사히신문>은 7월31일 포유류 연구자인 이마이즈미 타다아키가 아이보를 실제 개와 생활하게 하도록 하고 로봇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관찰한 실험내용을 보도했다.



실험은 두 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는 품종과 나이가 다른 개 13마리가 있는 방에 아이보를 넣었다. 13마리 중 9마리는 아이보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았고, 6마리는 엉덩이로 코를 가져갔다. 개가 엉덩이 냄새를 맡는 것은 상대와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시도다. 멀리서 바라보고 다가가지 않는 개들도 있었다.

토이푸들은 아이보의 얼굴을 핥았다.
토이푸들은 아이보의 얼굴을 핥았다.


2단계는 개를 기르는 가정을 골라 2주일간 아이보와 지내도록 했다. 6개월짜리 토이푸들은 첫날 아이보를 경계했지만 주인이 아이보에게 앉으라고 명령하자 아이보처럼 주인 옆에 와 앉았다. 3일째는 주인이 부르는 아이보 이름을 알아듣는 것처럼 “아이보랑 놀아”라고 하면 아이보의 귀나 꼬리를 물면서 놀았다. 8일째에는 아이보에게 배를 보이며 재롱을 부렸다. 개가 상대에게 배를 보이는 행동은 친구로 인정한다는 걸 뜻한다.

잭러셀테리어는 아이보의 자세를 따라했다.
잭러셀테리어는 아이보의 자세를 따라했다.


3살짜리 잭러셀테리어는 첫날부터 아이보랑 놀려고 하더니 9일째엔 아이보 행동을 따라했다. 마지막날 “이제 작별이야”라고 전하자 아이보의 얼굴, 등, 엉덩이를 핥으면서 아쉬워했다. .


개 3마리가 있는 집에선 5살짜리 암컷 시바견이 다른 개가 아이보에게 접근하자 위협하며 쫓아냈다. 시바견은 나흘째엔 쉬고 있을 때 아이보가 가까이 와도 동요하지 않았고 열흘째엔 아이보 곁에 머물렀다. 이별할 때는 잭러셀테리어처럼 아쉬워하는 행동을 보였다.


개들은 서열을 매기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에 아이보가 들어와도 긴장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아이보를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존재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마이즈미는 개가 아이보에게 참견하고 같은 자세를 취하는 등의 행동을 한 데 대해 “배려에 가까운 감정”이라며 “아이보와의 공생으로 개에게 배려에 가까운 감정이 길러져, 개의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프렌치불독은 아이보의 엉덩이에 코를 들이대며 킁킁 거렸다.
프렌치불독은 아이보의 엉덩이에 코를 들이대며 킁킁 거렸다.


강아지 반려로봇 아이보에 대한 사람의 반응과 마찬가지로 아이보에 대한 진짜 개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친구가 없어 우울증을 앓던 개들의 치유방법으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반려로봇을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사람이 자신의 선택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은 인간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자신의 영역에 던져진 강아지 모양의 움직이고 반응하는 물체에 대해서 개들이 보여준 상호작용의 다양한 형태는 앞으로 반려로봇이 비단 사람의 상대만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상대가 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개도 로봇강아지를 친구로 받아들인다면 사람과 반려로봇과의 관계가 더 긴밀해질 것이라는 것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