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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기록으로 투명사회·신뢰사회·책임사회…디지털 보존 필요”

2018.06.11

‘디지털 기록’ 전문가 좌담

이소연 “세월호 ‘기억할게요’ 민간 기록과 보존 감동”
정재승 “기록 통째 전달…다음세대는 다른눈으로 볼 수도”
방대욱 “기록없어지면 기억 소멸…보통의 일상 기록해야”

5월31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소연 국가기록원장,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가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왼쪽부터) 사회로 디지털 기록의 보존에 관한 좌담을 진행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5월31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이소연 국가기록원장,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가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왼쪽부터) 사회로 디지털 기록의 보존에 관한 좌담을 진행했다. 국가기록원 제공.

거의 모든 정보가 기록되고 한번 저장되면 사라지지 않는 디지털 시대에 기록은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디지털 시대에 보존 가치가 높은 기록은 무엇일까. 6월9일 세계기록의 날을 맞아 전문가들과 함께 디지털 시대 기록의 의미를 짚었다. 5월31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뇌과학)의 좌담을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사회로 진행했다.



-‘잊혀질 권리’가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시대에 기록을 보존해야 할 이유가 있나.


이소연 국가기록원장: “디지털 기록은 누구나 만들고 유통과 저장이 편리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적 문제나 변화로 접근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라져가는 디지털 기록에 대한 위기를 느껴야 한다. 2013년 문화재청은 1989년 4월 출시한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1.0을 근현대 문화재로 지정하고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포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진본을 찾지 못한 상태다. 디지털 정보가 얼마나 보존에 취약한지를 알려주는 사례다. 디지털 기록의 보존은 보험과 같다. 있을 때보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것이 없을 때의 심각성이 보존필요성의 주요 기준이다. 보존이 공공성을 고려하는 이유다.”


-다음세대재단은 그동안 ‘디지털 유산 어워드’ 상을 만들어 운영해왔는데, 왜 그러한 상을 만들었는가.


방대욱 다음세대재단 대표: “2000년대 초반 정보트러스트라는 단체가 저희 재단에 사라진 디지털기록의 복원을 요청해왔다. 인터넷 초기인 1996년 만들어진 ‘스키조’라는 문화웹진인데, 이를 2005년 디지털 유산으로 지정해 복원했다. 그러나 복원된 스키조도 추가 복원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현재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디지털 정보는 휘발성이 강하고 생태계는 점점 시장에 종속되고 있다. 더욱이 인터넷에 거대 포식자들이 생겨나 콘텐츠 생태계를 지배하는 환경이니, 보존해야 할 기록이 사라지고 있고 이를 기리는 일을 시작하게됐다. 민간재단이 운영해왔으나 한계가 있어 올해부터 정부의 국가기록원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디지털 유산은 어떠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가. 상의 심사기준이 뭔가.


방대욱: “세 가지 기준을 갖고 심사한다. 첫째 다음세대에 물려줄 유산으로 가치가 있는지인 역사성이다. 두 번째는 공익성으로, 영리 목적의 콘텐츠를 배제한다. 세 번째는 다양성으로, 대항문화처럼 소수가 지닌 가치는 더욱 보존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록의 보존은 아날로그 기록과 무엇이 다른가. 덕성여대 교수(문헌정보학)와 한국기록학회 회장을 지낸 기록전문가 이소연 원장의 설명을 부탁한다.


이소연: “책과 같은 아날로그 기록은 불에 타거나 물에 젖거나 없어질 때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디지털 기록은 흔적없이 사라진다. 종이기록은 그대로 두면 보존되지만 디지털 기록은 아무 것도 안하면 없어진다. 보존과 관리 방식은 다르지만 가치는 같다. 기록학에서는 기록보다 기록을 생산하게 된 활동에 주목한다. 기록이 표상하는 활동에 대한 역사적 가치가 중요하다.”


–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보존하는가.


이소연: “디지털 데이터를 보존한다는 것은 원본대로 내용과 형식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파일 포맷이다. 하지만 지적재산권이 있는 정보라서 산업계 협조 없이는 어려움이 있다. 국가기록원에서는 디지털 파일포맷 레지스트리를 구축해 관련 정보를 모으고 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2018 디지털유산 어워드’에서는 네티즌 투표와 심사위원단 심사를 통해 기록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가 있는 4개 사이트가 선정됐다. 다양성 부문에 인간과기억아카이브, 공익성 부문에 여성인권운동 아카이브, 역사성 부문에 노무현사료관, 네티즌 인기상에 4.16 모으다(사진)이 선정됐다.
올해로 8회를 맞은 ’2018 디지털유산 어워드’에서는 네티즌 투표와 심사위원단 심사를 통해 기록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가 있는 4개 사이트가 선정됐다. 다양성 부문에 인간과기억아카이브, 공익성 부문에 여성인권운동 아카이브, 역사성 부문에 노무현사료관, 네티즌 인기상에 4.16 모으다(사진)이 선정됐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환경은 엄청난 정보가 생산되는데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행위를 기술적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데이터가 너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추려서 기록하는 일은 다음세대의 판단을 돕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석달마다 데이터가 두배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유용한 데이터를 잘 보존해서 전달할 수 있는가가 공학적 과제이다. 선별도 중요하지만 사물인터넷 시대엔 데이터를 다음세대에 통째로 전하는 것의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다음세대는 우리와 다른 기준으로 데이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조들의 기록문화에 오늘날 우리 사회 디지털 기록문화를 비추어본다면 어떠한가.


이소연: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을 겪으면서 잊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기록을 만들고 모으는 많은 활동을 보며 감동했다. 기록을 통해 투명사회, 책임사회, 신뢰사회에 대한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디지털 기록 보존에 대한 사회적 노력이 더 필요하다.”


정재승: “여러해 동안 디지털 유산 어워드에 참여하면서 알아주지 않는데도 정성껏 기록을 만들고 보존해온 사람들의 노력을 만났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다음세대에 고스란히 전달하기 어려우므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방대욱: “기록이 없어지면 기억도 사라지게 된다. 이제껏 기록의 역사는 힘있는 사람, 권력자의 역사였지만 디지털은 특별한 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세상인 만큼 이를 제대로 보존해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과제를 만났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