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398326_20100201

칼럼

디지털 그릇에 담겨도 ‘문학’

2014.11.3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문학은 역사와 더불어 깊어지고 풍부해져 왔다. 담기는 매체도 목판, 양피지, 종이를 넘어 액정화면이 등장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문화는 문학의 적인가?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문학작품 등 책을 덜 읽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읽고 쓰기 등 인류의 문자생활은 역사상 어느 때보다 활발해졌다. 디지털 문명의 초기라서 부작용도 눈에 띄지만, 결국 앞으로의 문학은 디지털과 함께 가야 할 운명이다.

문학은 전자문학 또는 디지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텍스트와 동영상, 플래시, 하이퍼링크가 함께 어우러진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전자책과 달리 출력해서는 볼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전자문학협회(ELO)에서는 (네트워크와 상관없이) 컴퓨터로 제공되는 기능을 중요한 문학적 측면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전의 문학과는 다른 모습이다.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문학작품을 읽고 있을까? 부모 세대와 달라진 것이 없다. 대부분 추천 도서를 의무감으로 읽는다. 독서교육종합시스템에 매주 2권씩 적는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조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에서 “책이 활자 문화의 산물이라는 독점적인 사고방식에서 탈피했을 때, 책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잠재적 본질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미 전자스크린으로 콘텐츠를 접하는 게 익숙한 아이들에게 “문학은 꼭 종이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부모 세대만의 편견이고, 문학을 접하는 다양한 경로를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전자문학을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 이미 다양한 앱들이 출시되어 있다. 앱 ‘문학동네 시인선’은 시인들이 직접 낭송한 시와 함께 시집을 읽을 수 있다.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동화를 만나볼 수 있는 앱 ‘올리볼리-세계 그림동화’도 있다. 아이패드용 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기기를 움직여 등장인물들과 함께 놀 수 있다. 조금 더 파격적인 모습을 기대한다면 앱 스피크(speak)가 좋다. 여러 시인들의 시가 스크린 위에 떠간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그 주위의 글자들이 모인다.

디지털로의 이동은 시대의 흐름이다. 다양한 분야 중 이동이 거의 끝난 곳도 있고, 이제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문학은 후자다. 따분한 숙제처럼 문학을 접하는 아이들에겐 재미를 늘려줄 수 있는 기회다. 책과 함께 감미로운 선율과 멋진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면 독서의 기쁨이 커지지 않을까?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