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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오심·편파성 우려 없는 로봇, 스포츠 심판 대체할까?

2018.01.23
‘호크아이’ 등 비디오판독 확대
김연아 선수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열연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뛰어난 경기를 펼쳤지만 은메달에 그치고 금메달은 러시아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 경기가 끝난 뒤 편파판정 의혹이 제기됐다.  소치/연합뉴스
김연아 선수가 2014년 2월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열연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는 뛰어난 경기를 펼쳤지만 은메달에 그치고 금메달은 러시아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 경기가 끝난 뒤 편파판정 의혹이 제기됐다. 소치/연합뉴스

# 김연아 선수는 2014년 러시아 소치겨울올림픽 여자피겨스케이팅대회에서 탁월한 연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러시아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밀려 금메달을 놓쳤다. 경기를 해설하던 국외 피겨 전문가들이 김연아의 우위를 장담했지만 심판들의 점수는 다르게 나왔고, 김연아는 아쉬운 은메달을 걸고 은퇴했다.

# 2010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16강전 독일-잉글랜드 경기에서 1-2로 뒤지고 있던 잉글랜드는 미드필더 프랭크 램퍼드가 동점슛을 성공시켰지만 골로 인정받지 못했다. 크로스바를 맞은 공이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 튕겨나왔는데 주심은 노 골을 선언하고 경기를 속행했다. 비디오 판독에선 골이 선명했다. 골을 도둑맞고 흥분한 잉글랜드는 결국 1-4로 패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제프 블라터 당시 국제축구연맹(피파) 회장이 오심에 대해 사과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축구·야구·아이스하키·배드민턴
비디오 판독 시스템 점점 확산
테니스, 선심 9명 전원 로봇이 대체
2020도쿄올림픽, 로봇이 체조경기 심판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지만 국민적 자존심과 관심이 집중된 국제 스포츠경기에서 명백한 오심은 순순히 수용되기 어렵다. 기술 발달로 과거와 달리 정확한 판정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오심이 경기 일부로 인정받기 어렵다.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16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앞으로 10년 내 로봇이 대체할 직업군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스포츠 심판은 로봇 대체 확률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육상과 수영 등 기록경기에서 전자계측장치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1초에 서너번 공격이 이뤄지는 펜싱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부터 전자채점장비가 도입됐다. 심판도 판단할 수 없는 순간적 찌르기를 센서가 감지해 채점한다. 잦은 판정 시비와 올림픽 퇴출론이 제기되던 태권도도 2011년부터 전자호구 시스템을 도입해 자동채점을 하고 있다.

축구와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전통적 구기종목에도 비디오 판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2006년 세계 4대 메이저대회인 유에스오픈에서 테니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호크아이가 처음 도입됐다. 초기에 호크아이는 심판 판정에 불복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때만 사용되는 심판의 보조도구였으나,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넥스트젠 파이널 대회에서는 심판 10명 중 선심 9명을 아예 호크아이로 대체했다. 모든 공의 인아웃을 로봇심판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피파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호크아이와 유사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 활용을 시작했고, 오심 논란이 많은 오프사이드, 승부차기 등으로 비디오 판독을 확대해 2018년까지 시범운용하기로 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야구에서는 오래전부터 로봇심판 도입 시도가 있었다. 195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과 엘에이다저스팀의 협업으로 금속물질을 바른 특수야구공과 전자시스템을 통한 로봇심판을 개발했으나, 비싼 비용과 잦은 오류로 좌초했다. <키커>에 따르면 로봇 야구심판은 다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10여개 마이너리그에서는 로봇심판 ‘엄패트론 1000’이 사용되었는데 스트라이크 여부 판독에서 인간심판보다 25% 더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도쿄올림픽에선 인공지능시대를 실감하게 할 로봇심판의 등장이 예고돼 있다. 국제체조연맹은 일본의 정보기술업체 후지쓰와 손잡고 체조용 인공지능 심판을 개발해 올림픽 대회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체조연맹은 지난해 10월 캐나다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비디오와 레이저, 각종 센서로 동작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체조로봇 시스템을 시연하기도 했다. 브루노 그란디 전 국제체조연맹 회장은 영국 <가디언>과 한 회견에서 “하루 8시간 일하는 심판은 집중력과 판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든데 컴퓨터는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 체조, 피겨, 음악 콩쿠르처럼 예술과 기술 성취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종목은 판정의 편파성과 오류 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복수의 심판이 참여해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나머지 값을 평균하는 방식으로 판정하는 구조다. 로봇심판은 이러한 인간심판의 편파성, 비일관성의 시비를 잠재우는 공정한 평가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호크아이의 골라인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테니스와 배드민턴 심판 보조시스템
호크아이의 골라인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테니스와 배드민턴 심판 보조시스템

로봇심판의 역할은 스포츠 분야를 넘어 인공지능시대 미래 일자리의 방향과 해법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센서와 비디오가 선심의 호루라기와 깃발을 점점 대체하는 상황에서 로봇심판이 주심 역할마저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 하지만 많은 경기 종목에서 선 위반을 판단하는 선심 역할은 호크아이와 같은 기계에 대체되겠지만 다양한 정보를 종합하고 경기 흐름 속에서 최종적 판단을 순간적으로 해야 하는 주심 역할까지 기계로 대체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 주심은 선심들과 협업하는 대신 로봇심판의 정보를 기반으로 경기 상황에 적합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적으로는 공에 센서를 부착해 구기종목도 기록경기처럼 기계가 승부를 결정하게 할 수 있지만 스포츠 팬과 선수들은 기계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에게 맡기는 것을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기계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자동화가 이뤄지겠지만 최종 판단은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