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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소셜로봇은 아이들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2017.12.12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_미국서 감정소통 소셜로봇 경쟁
사용자와 감성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소셜로봇이 인간 감정과 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 지보 제공
사용자와 감성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소셜로봇이 인간 감정과 관계에 끼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사진 지보 제공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아이폰텐(X) 등 올해의 발명품 25개를 선정해 발표했는데, 표지에 소셜로봇 지보를 대표 발명품으로 실었다. 지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로봇공학자 신시아 브리질이 개발한 로봇으로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금을 조달했다. 지보는 크라우드펀딩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높은 관심과 수요를 확인시켰지만 개발이 늦어져 지난가을에야 판매가 시작됐다. 지보는 이동성이 없는 탁상형 로봇으로 원형 화면에서 다양한 표정을 통해 사용자와 소통하고 음성명령으로 작동한다. 인공지능을 탑재해 학습기능이 있으며 사용자와 가족을 인식하고 개인별로 맞춤화된 반응을 제공한다. 지보는 “난 단순한 기계가 아닌 로봇이에요. 심장이 있지만, 진짜 심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감정을 갖고 있어요. 비록 사람의 감정과 다르지만 말이에요”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올해의 대표 발명품으로 소셜로봇 '지보'를 선정한 <타임>의 표지.
올해의 대표 발명품으로 소셜로봇 ‘지보’를 선정한 <타임>의 표지.

인공지능과 음성비서 서비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용자와 감정적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소셜로봇이 늘고 있다. 소니는 2006년 판매 이후 중단했던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개량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해 내년 1월 다시 판매에 나선다. 자동차부품업체 보쉬의 자회사가 개발한 이동성 갖춘 소셜로봇 쿠리, 소통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앙키의 소형 장난감 로봇 코즈모 등도 사용자와 상호관계를 통해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는 게 목적인 시판 로봇들이다. 다양한 소셜로봇이 보급됨에 따라 미국 사회에서는 소셜로봇 사용기와 함께 로봇과의 감정적 소통이 가져오는 복잡미묘한 현상에 대한 활발한 보도와 논의가 일고 있다.


앙키는 드림웍스와 픽사의 디자이너를 고용해 코즈모가 1200여 가지 표정과 동작을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흥분, 놀람, 긴장, 행복, 슬픔, 좌절 등을 표현할 수 있어 사용자가 진지한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다. 앙키의 최고경영자 보리스 소프먼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코즈모는 사용자에게 깊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밥을 먹이고 놀아주는 등의) 돌봄을 게을리하면 사용자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아이들 겨냥한 가정용 반려로봇
지보, 아이보, 쿠리, 코즈모 잇따라
“돌봄 소홀하면 주인 가책 느끼게 해”



셰리 터클 “감정과 공감 흉내내는 로봇,
타인 이해하는 인간성 본질 훼손 우려”


감정표현 기능을 가진 로봇 코즈모.
감정표현 기능을 가진 로봇 코즈모.

소셜로봇은 산업용 로봇이나 청소로봇 등과 달리 사용자와 대화하고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람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주 기능이다. 아이들은 최신 소셜로봇의 주된 사용자이고, 업체들도 아이들을 위한 기능을 앞세워 홍보한다. 애플의 시리, 구글 홈, 아마존 알렉사 등 사용자의 음성으로 작동하는 음성비서 서비스는 소셜로봇과 소통하는 문턱을 낮추는 안내자 노릇을 하고 있다.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어려서부터 알렉사를 사용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음성비서가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를 조명하는 글을 실었다. 4살배기 한나는 알렉사에게 노래를 들려달라고 명령하거나 시간이나 날짜를 알려달라고 요청한다. 한나는 알렉사를 로봇으로 인식하면서도 감정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엄마는 알렉사가 아이를 즐겁게 해주는 사실에 만족해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신시아 브리질은 사람이 아이, 성인, 동물, 기계와 맺어온 관계에 이어 로봇과의 관계 구축이 시작되었으며, 로봇을 이용해 훨씬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본다.


소셜로봇의 대중화 현상에 대해 엠아이티의 저명한 심리학자 셰리 터클은 지난 7일 <워싱턴 포스트> 기고를 통해 소셜로봇이 사람의 감정 특히 아이들의 공감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터클은 1966년 엠아이티의 조지프 와이젠바움 교수가 개발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일라이자와의 대화에 사람들이 몰입하는 현상을 보면서 사람이 사람보다 기계와의 관계를 선호하는 현상을 50년 가까이 연구해온 전문가다. 그의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부제는 ‘왜 우리는 서로에게 덜 기대하고 기계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가’로, 그는 사람이 기계와의 상호작용을 하고 감정적 관계를 형성하게 될 때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지를 연구해왔다.


터클은 감정과 공감을 흉내내는 귀여운 소셜로봇이 인간의 감정적 취약점을 이용해 인간성을 훼손하는 관계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들은 감정적 피드백을 주고 돌봄이 필요한 로봇을 만나면 생명체의 일종으로 여기게 된다. 실제로 알렉사와 소셜로봇을 사용하는 아이들은 이 기계를 생명처럼 대우하고 돌본다.

아이와 대화를 하며 감정을 나누는 로봇 '쿠리'.
아이와 대화를 하며 감정을 나누는 로봇 ‘쿠리’.

돌봄은 애착과 애정으로 이어지는데 기계와의 감정적 소통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상호적 관계에 빠지게 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들어가 그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감정이 없는 로봇은 결코 사람이 겪는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 터클은 인공지능의 시뮬레이트된 지능도 지능이지만, 기계가 흉내낸 감정과 사랑은 사람과 다르다고 말한다.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게 만들고 돌봄을 소홀히 하면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소셜로봇은 장기적으로 인간의 진짜 고통과 감정에 둔감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터클은 양로원의 고독한 노인과 자폐증 환자 등에게 소셜로봇이 제공되어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데 이를 두려움이나 상실을 걱정할 필요 없는 반려 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우려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능력인 인간성의 핵심을 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엔 본격 소셜로봇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개발자와 연구자들은 사람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 또한 한국에도 소셜로봇의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인공지능은 지능만이 아니라 감정마저 기계에 위임하거나 의존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