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청동방패 뚫는 강철창 양자컴퓨터 대비해야

2017.11.21
자율주행 자동차와 사물인터넷이 보편화할 미래는 효율화와 편리함의 세상으로 기대되지만 지금과 차원이 다른 재앙도 도사리고 있다. 누군가 사악한 의도로 정보를 해킹하거나 알고리즘을 조작할 경우, 피해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운 대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와 유비쿼터스를 기본으로 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보안의 중요성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컴퓨팅과 통신의 미래는 디지털을 넘어 양자 기술을 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양자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 중국 등은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도 양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여러 해 전에 정부 차원에서 집중 개발하기로 한 5대 기술에 양자 기술을 포함시켰고, 2016년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인공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양자 컴퓨터는 0과 1을 한 번에 나타낼 수 있는 큐비트(Qubit)라는 양자 비트를 사용한다는 점이 0과 1만을 사용하는 현재의 디지털 컴퓨터와 다르다. 큐비트는 00, 01, 10, 11 등 상태가 중첩될 수 있어 복잡한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큐비트가 늘수록 양자 컴퓨터의 연산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양자 컴퓨터의 핵심인 양자 프로세서(양자칩) 경쟁도 치열해, 구글은 연내 49큐비트 성능의 양자칩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하고 현재 20큐비트 양자칩을 시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컴퓨터가 가시화하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소인수분해 방식의 암호체계가 기본적으로 무력화된다. 기존 암호체계가 청동방패라면 양자 컴퓨터는 강철창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양자정보연구단이 양자기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미래 핵심 통신기술로 내다본 에스케이(SK)텔레콤, 케이티(KT)가 양자통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스타트업대회 매스챌린지에서 우승한 양자난수 생성칩 개발사 이와이엘(EYL) 등 국내 기업들의 시도도 주목할 만하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불안으로 다가오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패러다임과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이다. 기술이 발달하면 점점 더 기술의 존재와 작동 방식은 보이지 않게 되지만 핵심적인 기초가 된다. 보이지 않는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산업 발전 방향과 일자리도 보인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