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프리즘_창의성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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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아닌 업적 칭송할 뿐…‘창의성의 역설’ 넘어야

2017.09.20
Weconomy | 구본권의 디지털 프리즘_창의성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나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넬슨 만델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토머스 에디슨, 제인 구달,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무하마드 알리, 마하트마 간디 등 남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 이단아들이 모델로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 복귀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넬슨 만델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토머스 에디슨, 제인 구달,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무하마드 알리, 마하트마 간디 등 남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 이단아들이 모델로 등장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이 수행해오던 일의 많은 영역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무 내용을 매뉴얼이나 공정 관리를 통해서 정형화하고 규정할 수 있는 영역은 조만간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발달로 인해 직업의 구조가 달라져 새로운 직무 능력이 요구되는데, 창의력은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핵심 직무능력으로 여겨진다. 국내 대기업들은 기업별로 다양한 인재 선발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창의성과 도전정신은 빠지지 않는 요소다. 아이비엠(IBM)이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 1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래 리더십 역량에서 창의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최근 중고교에서는 교과 이외의 활동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이름붙이고,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분류해 권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창의성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시대 ‘창의성’ 주목
컴퓨터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창조성 강조하나
불확실 회피탓 현실선 배척돼
다름에 대한 수용 문화 필수적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10년 10월 ‘창의성의 위기’라는 기사를 실어 디지털 환경에서 창의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경희 윌리엄메리대학 교수가 미국 성인과 아동 3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활환경 개선과 더불어 지능지수(IQ)는 계속 높아져 왔지만(플린 효과) 1990년 이후 아이들의 창의성은 오히려 하락해 왔다는 역설적 현상이 확인됐다. 창의성 하락 추세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창의성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에서 두드러졌는데, 아이들이 더 부모의 계획대로 살고 시험 점수와 성적에 집착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몰입적으로 사용할수록 창의성이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2010년 미국 인디애나대학 조너선 플루커 교수는 평생에 걸친 창의적 성취는 유년기의 지능지수보다 유년기의 창의성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창의성이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재능에 좌우되는지, 학습과 훈련에 의해서 길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양하다. 창의성은 다른 역량이나 기능과 달리 명확한 규정이 없고 체계적 교육·학습도 어려운 게 특징이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30여년간 창의적 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창의성은 특정한 문화적 배경, 새로움을 가져오는 사람, 그 변화를 인정하는 현장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다빈치, 모차르트, 에디슨, 갈릴레이, 반 고흐, 뉴턴 등 대표적인 창의적 인물들도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적·문화적 배경과 개인적 노력을 통해 창의적 업적을 만들어냈음을 역설한다. ‘몰입’의 가치를 역설한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 인물들의 공통점으로 모두 자신의 일을 깊이 사랑하면서 강렬한 호기심에 기반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사회는 창의성이 아니라 승자의 업적을 창의적이라고 칭송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시도의 결과가 성공했을 때에만 평가받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비합리적이고 쓸데없으며 무모한 시도와 기회의 낭비로 비난받는다. 갈릴레이와 반 고흐 사례에서처럼 창의적 시도는 대개 외면당하고 무시당한다. 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세상은 대체로 창의성을 못마땅해한다”고 말했다.


1997년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는 시리즈 광고에서 역사 속 위대한 창의적 인물들이 당대에 어떻게 평가받았는지를 표현했다. “미치광이들 만세! 사회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사고뭉치들, 네모난 구멍에 둥근 못 같은 존재들, 만사를 다르게 보는 자들”이었다. 창의적 성취의 본질은 ‘다르게 생각하기’이지만 기존과 다른 아이디어를 구현하려는 순간 사회적 저항에 부닥친다. 대부분의 창의적 작업은 실패로 끝나는 게 냉혹한 현실이고, 이런 실패를 무릅쓰려는 사람은 드물다. 후기 인상파 화가 앙리 마티스는 “독창성에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스콧 코프먼 교수는 <창의성을 타고나다>에서 사회와 개인은 창의성을 배척하려는 편견을 지닌다고 지적한다. 인간 두뇌는 선천적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높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안전하고 관습적인 것을 선호하며 불편함을 주는 창의적 의견을 무의식적으로 피한다는 것이다. 셸리 카슨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가 <우리는 어떻게 창의적이 되는가>에서 성인들의 80%는 ‘다르게 생각하기’가 불편하거나 진빠지는 일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창의성은 추앙받고 격려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척당하는 역설적 현실이다.


정해진 답이 있는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나고 효율적이라는 점은 창의성이 더욱 사람의 핵심적인 능력이 된다는 점을 일깨운다. 미래를 살아갈 자녀 세대에게 어떻게 창의성을 북돋울 수 있을까? 창의성에서 성격과 재능, 학습의 역할에 대한 주장은 다양하지만,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개인과 사회가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창의성 문화에 중요하다는 것은 일치된 견해다. 영국 워릭대학의 켄 로빈슨은 테드(TED) 최고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에서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데 대한 두려움을 배우는 현실을 지적했다. 로빈슨은 “틀리는 것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기란 영영 불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수와 다른 의견도 열린 태도로 수용하는 문화를 반성하지 않고는 ‘4차 산업혁명’과 창의성을 외치는 게 공허한 결과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