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디지털프리즘-상호작용 사라지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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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작용’ 사라진 기술, 편리한가 위험한가

2017.09.5
Weconomy | 휴먼 팩터의 제거와 상호작용의 소멸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지난해 시애틀에 문을 연 식료품점 ‘아마존 고’. 계산대에서 결제할 필요 없이 상품을 집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소비자가 아마존 고 앱을 실행하고 물건을 골라 담고 나오면 그만이다.  아마존 제공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지난해 시애틀에 문을 연 식료품점 ‘아마존 고’. 계산대에서 결제할 필요 없이 상품을 집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소비자가 아마존 고 앱을 실행하고 물건을 골라 담고 나오면 그만이다. 아마존 제공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편리함과 효율성의 대가로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화와 자동화는 사람들의 노동환경과 문화에 끼치는 영향을 넘어 개인이 세상과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는 방식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더 높은 효율성과 편리함을 위해 인간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근본적 변화를 겪고 있다. 장구한 세월 사람이 사람과 또는 도구와 관계 맺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으나, 최근 상호작용 대부분이 아예 사라지고 있다.



사람끼리 이뤄지던 상호작용
기계 조작으로 대체되더니
최근 조작 절차 아예 사라져
편리와 효율성 높아졌지만
‘도구적 인간’ 지위 역전 가능성



주차장은 기술 변화가 상호작용에 끼치는 수준을 잘 보여준다. 과거엔 쇼핑센터나 대형 병원에 주차하려면 여러 차례 사람 손길을 거쳤다. 들어갈 때 관리원이 건네는 입차증을 받아 방문한 곳에서 확인도장을 찍어 나올 때 관리원에게 돌려주거나 요금을 지불해야 했다. 자동개폐기가 도입된 뒤엔 기계의 단추를 눌러 주차카드를 뽑으면 입구가 열렸다. 기계에서 요금정산을 마친 뒤 주차카드를 투입하면 출구 차단기가 열렸다. 최근엔 단추를 누르거나 주차카드 투입 절차마저 사라지고 있다. 한번 차량 번호를 입력해놓으면 그만이다. 주차장을 드나들 때 기계가 차량 번호를 인식해 자동으로 차단기가 열리고 닫힌다. 진료나 상품구매 데이터를 차량 정보에 연결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사람끼리의 대화가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으로 대체되더니, 최근엔 상호작용이 아예 사라지게 됐다. 주차와 출차는 편하고 빨라졌고, 주차 관리원은 사라졌다.


상호작용이 줄어들거나 최소화한 서비스가 점점 늘고 있다. 열차를 이용할 때 매표 창구에서 줄을 설 필요도, 역무원 검표 절차도 사라졌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면 내릴 때까지 한마디의 말도 필요 없다. 택시 탈 때도 카카오톡 택시 앱으로 목적지를 입력하면 그만이다. 물건을 살 때도 판매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구매와 결제, 배달 과정 모두가 인터넷에서의 클릭으로 처리된다. 음식과 커피를 주문하는 절차도 스마트폰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음악 감상도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이뤄지면서 음반 판매자의 추천이나 대화도 사라졌다. 내비게이션 안내나 전화 상담도 사람과 대화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아닌 기계와의 상호작용이다.


미래는 상호작용이 현재보다 더욱 감소한다. 아마존이 선보인 아마존 고는 상점 계산대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간 최소한의 접촉마저 사라지게 만들 기술이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이 자동차를 조작하는 과정을 없애 사람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각종 불편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기술로 기대받고 있다. 구글은 이용자가 궁금한 것을 검색하기 이전에 검색 결과나 알림으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오랜 시간 소통하고 있지만, 실제 대화와 대면 접촉을 통한 상호작용은 줄어들고 있다.


기술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관점에서 사람의 상호작용은 대부분 명확하지 않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사람은 기계와 달리 변덕스럽고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사람의 개입 과정을 분석한 뒤 일련의 알고리즘으로 변환하면 비효율이 사라지고 명확한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사람끼리 또는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절차는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는 ‘인간적 요소의 제거’라는 글에서 디지털 기술이 인간 상호작용을 감소시키고 있는 현상을 다뤘다. 기고자 데이비드 번은 효율화를 위해 상호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이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 만남과 소통을 줄여 다름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여지를 축소하고 적대감과 질투심을 가져올 것을 우려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소통과 상호협력을 통해 번영과 발전을 이룬 것처럼 사람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력은 기계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강해야 할 능력이라는 게 번의 주장이다. 그는 사람끼리의 실제 상호작용이 줄어드는 현상은 필터 버블과 반향실 효과 등으로 이어져 민주주의마저 위협할 것을 우려한다.


디지털과 자동화가 가져온 상호작용 감소는 최근 오프라인의 실제 경험을 새롭게 조명하는 흐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직접 손으로 만들고 조작하는 행위이다. 인류는 직립보행을 통해 손을 자유롭게 쓰게 되면서 두뇌를 획기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었다. 정교한 손놀림으로 도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면서 두뇌가 커지고 지적 능력이 성장했다. 무엇보다 편리하고 강력한 도구를 만들어 쓰게 됐지만, 그 도구가 인간의 개입과 상호작용 자체를 없애버리는 상황이 다시금 손과 경험의 가치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아날로그의 반격> <손으로, 생각하기>와 같은 책이 출간되고 필사, 드로잉, 목공 등 수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장인>에서 도구와 인간의 관계를 고찰하면서 손을 이용한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넷은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반복과 실습을 통해 배우는 인간의 정신적 이해가 단절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는 기계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그에 기반해 기계의 힘과 용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호작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기술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사고 형성과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디지털 과잉에 지친 일상을 아날로그로 달래려는 차원을 넘어서는 근본적 성찰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