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SNS 불법선거운동이 일깨운 ‘디지털 까막눈’의 위험성

2017.08.22

19대 대통령선거 이후 누구를 지지했는가에 따라 유권자별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지만, 선거 이후에 유난히 처지가 곤란해진 사람들이 있다. 거짓 정보에 입각해 선거운동을 했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다. 신연희 서울시 강남구청장이 대표적이다. 신 구청장은 선거를 앞두고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에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과 거짓 정보를 올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신 구청장은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달했다”고 변명했지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수백차례 글을 올려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야권 정치인을 비방해온 내용도 확인됐다. 신 구청장 사건은 선출직 공직자가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가 어떤 처벌을 받는가에 대한 판례를 수립할 전망이다.

신 구청장 사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당사자와 주변 집단의 디지털 문해력(리터러시) 수준이다. 인터넷 이전 시기에도 거짓 정보와 루머, 정치적 역선전이 있었지만 주로 지식과 문해력이 낮은 사람들이 피해 대상이었다. 신 구청장은 오랜 기간 공직을 거친 선출직 공무원이지만, 선거법을 어기고 가짜뉴스를 유포했으며 더욱이 그 무대도 증거가 고스란히 보존되는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이었다. 신 구청장이 얼마나 가짜뉴스를 신뢰했는지와 별개로, 불법 선거운동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증거가 선명한 상황에서 거짓 변명까지 늘어놨다는 점이 스스로를 옭아맨 결과가 됐다. 신 구청장 자신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서 자신의 신념과 주장을 확산시킨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시대의 까막눈’이었음을 과시한 셈이다.

최근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의 범람은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손쉬운 정보 공유라는 기술적 배경이 특징이지만, 미혹되는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나 학식 여부와 별 관계가 없다는 점도 이채롭다. 디지털 시대 정보 속성에 대한 문해력 없이 수동적 정보 수용은 독이 될 수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걸러진 정보를 수용하던 지난날과 달리, 지금은 누구나 방대한 정보를 직접 접하는 만큼 이용자 스스로 정보와 미디어의 신뢰도를 감별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정보가 달콤할수록 의심하고 정보를 유통시키는 주체에 대한 확인과 의도를 파악하려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소중해지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