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돋보기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프랑스보다 한국이 시급

2017.01.10

프랑스에서는 새해 1월1일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도입한 새 노동법을 적용한다. 애초 2018년부터 적용하려던 법 실행 시점을 1년 앞당겼다. 50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프랑스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사 협의하도록 명시한 법이다. 독일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일부 회사가 노사협약을 통해 퇴근 이후 이메일·메신저 사용을 제한한 사례가 있지만, 프랑스의 새 노동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므로 의미와 파장이 크다.

프랑스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적용을 위해 ‘호출 대기’ 개념을 도입했다. 운전기사·수리기사의 경우 작업을 위해 대기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포함된다. 노동자가 특정 장소에 머물러야 하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대기 근로’다. 프랑스 새 노동법은 ‘호출 대기’ 시간이 원칙적으로 휴식시간이지만,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받고 업무를 하게 되면 노동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본다.

디지털은 편리한 기술이지만, 디지털 사회는 유례없는 격차 사회다. 프랑스와 독일은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한 국가이고, 주 40시간 노동을 규정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2016 고용동향’을 보면, 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이 기구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하면 한국 노동자는 오이시디 평균보다 43일 더 일한 셈이고, 월 22일 일한다고 볼 때 오이시디 평균보다 1년에 두 달을 더 일한 꼴이다.

그런데 이 통계에 새로운 형태의 추가노동은 빠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제조업·서비스업 노동자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체 노동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일주일 평균 11시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업무시간 외 스마트폰을 이용한 노동과 관련한 규정이 없다. 지난해 국회에 퇴근 이후 전화나 문자 등 소셜미디어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의 보급률과 사용시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을 도입하는 데 급급해서는 기술을 지배하는 세력의 노예가 될 수 있다. 강력한 기술을 인간답게 활용하는 길을 모색하는 게 진정한 기기 사용법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