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디지털로 인한 두뇌 마비 현상

2016.12.13

인간이 제법 똑똑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상당히 많다. 20여 년 전에 시카고대학교 행동과학자 딜립 소먼은 신용카드와 현금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을 연구했다. 실제로 피실험자들 중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현금(수표)으로 결제하는 사람들보다 2배 이상 돈을 흥청망청 사용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카드 로고만 봐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물건을 구입하는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근시 사회>, 폴 로버츠 저) 신용카드 등의 소비자 신용 역시 디지털 기술의 변형 중 하나다. 의외로 디지털이 우리의 판단기능을 마비시키곤 한다. 모바일 페이 등 핀테크 영역으로 넘어가면 그런 마비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지 모른다.

또 텍스트에 대한 왜곡도 심해졌다. 인터넷상의 글들을 전후 맥락, 인과관계를 파악하지 않고 퍼나르며 생각하는 뇌를 메마르게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 기간 중 페이스북에서 가짜 뉴스가 많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감정만 건드려줄 수 있으면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를 압도하게 된다. 디지털 기기로 읽은 텍스트가 실어나를 가치가 있어 보이면 일단 우리의 뇌가 멈춘다. 가짜 뉴스임에도 빠르게 공유되는 이유다.

디지털 사용으로 인한 각종 마비 현상들 앞에서 우리의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예전의 뇌처럼 깊게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각종 경고 서비스를 기대해봄 직하다. 자신이 결정에 있어서 후회했거나 취약한 부분에 대해 인공지능을 활용해 경고를 주는 것이다. 카드 결제액이 한번에 50만원이 넘을 때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거나 어떤 글을 공유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가치 있는 글이라고 여기는가’라고 물어보는 방식이다.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개인 비서 에코 정도의 수준일 필요도 없다. 단지,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면 충분하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사용으로 인한 우리 머릿속 마비를 경고해줄 인공지능 수단이 없으니, 도움을 주는 디지털 도구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부모가 아이에게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고평석_객원연구원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