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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운전 중 문자 보내다 사고 났는데, 애플이 고소당한 이유

2016.10.4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 책임 논란
애플 ‘운전중 문자 차단’ 특허 보유
“운전중 차단 안한 애플 때문에 사고”
애플, 아이폰에 적용 않고 ‘비행모드’ 권유

문자 보내다 사망사고 낸 미국 운전자
애플 상대 손해배상 소송 귀추 주목

한 시내버스 운전자가 신호 대기 중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지도와 내비게이션 이용을 위해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치명적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실제 상품에는 이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 기업이 해당 기술을 실용화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텍사스에 사는 애슐리 쿠비액은 고속도로에서 닷지 램 트럭을 몰다가 교통사고를 내 상대 차량의 운전자와 탑승자를 숨지게 하고 어린아이에게 영구적 장애를 입혔다. 운전 도중 받은 휴대전화 문자에 답장을 하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사고 원인이었다. <뉴욕 타임스> 9월24일치에 따르면, 5년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중인 쿠비액은 아이폰이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며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의 변호인은 애플이 운전 중 문자메시지를 차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아이폰에 적용하지 않은 게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통신사 에이티앤티(AT&T)가 서비스하는 ‘운전모드’. 운전 중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만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은 2008년 운전 중인 사용자의 문자메시지 기능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해 특허를 신청해 2014년 특허로 인정받았다. 애플은 당시 특허 신청서에서 “운전하면서 문자 확인은 이미 광범한 현상이 돼 단속 강화를 통해서는 관행을 바꾸기 어렵다. 더욱이 10대들은 운전 중 문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위험 인지만으로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어렵다”고 기술 개발의 이유를 밝혔다. 쿠비액의 변호인은 특허신청서에서 드러나듯, 애플은 운전 중 문자 기능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제품에 적용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뇌신경과학의 연구는 스마트폰의 문자나 알림 소리를 들으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자극에 반응하기 마련이라는 걸 알려준다.

애플은 이번 소송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대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애플은 “운전 부주의를 피하려면 운전 중 아이폰을 비활성화하거나 ‘비행모드’로 바꾸면 된다. 손쉽게 설정할 수 있는 ‘무음모드’나 ‘방해금지 모드’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2012년 6월부터 적용한 방해금지 모드는 사용자가 특정 시간을 설정해놓으면 화면에 초승달이 떠오르고 전화나 알람이 오더라도 알려주지 않는 기능이다. 지도나 내비게이션 등의 사용에는 문제가 없고, 미리 지정한 연락처로부터의 전화나 문자는 선택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

차량 탑승 중 문자를 차단하면 탑승자나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우려도 있지만, 현재 기술은 승용차에서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탄 사람의 휴대전화는 허용하고 운전자의 스마트폰만 차단할 수 있다. 미국에서 약 14만원에 판매되는 ‘셀컨트롤’이라는 기기는 운전석의 스마트폰만 선택적으로 차단해준다. 미국의 이동통신사 에이티앤티(AT&T)는 문자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는 차단하지만 지도와 길찾기 서비스 등은 이용할 수 있는 ‘운전모드’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국내에 판매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운전모드’가 있어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지만, 주로 문자메시지가 오면 음성으로 변환해 읽어주거나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성능 위주다.

‘자동 차단 기술’ 의존의 위험

운전 중에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오면 운전자가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기술적으로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은 스마트폰 사용자의 잘못된 습관으로 생겨나는 문제를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려는 위험한 시도다.

차량의 안전장치가 개선되고 있어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늘고 있다. 미국 국가안전위원회는 2013년에만 110만건의 추돌사고가 휴대전화 사용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54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운전자의 약 42%가 운전 중 메신저앱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사용하며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5명 중 1명꼴인 21%가 교통사고를 일으켰거나 유사한 위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2012년 경북 의성군 국도에서 25톤 트럭이 앞에 가던 상주시 여자사이클 선수단 차량을 들이받아 3명을 숨지게 한 사고도 운전사가 휴대전화로 디엠비(DMB)를 시청하다가 일으킨 참변이었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을 통해 인간 인지능력의 한계를 설명한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는 스마트폰의 내용을 차량 앞유리에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운전 중 음성 조작은 안전운전을 방해하는 기술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자동차협회도 운전 중 음성 조작이 운전자 주의를 분산시키는 기술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경고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은 운전 중 디엠비 모드가 불가능하게 설정되어 있었지만, 내비게이션이 다양해지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내 실효성 없는 기술이 되어버렸다.

애플이 운전 중 문자 사용 차단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하고도 적용하지 않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망사고를 일으킨 운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이번 소송은 기술에 의존하려는 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 오랜 시간 사용자가 학습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를 법적·기술적 방법을 동원해 강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는 대개 실패했다.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나 인터넷실명제도 사례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증상만 감추려는 미봉책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고 이내 우회기술이 등장한다.

운전 중 스마트폰 사용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줄이려면 한 가지에 의존하는 대신, 법과 기술, 사용자 교육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 자동차 안전띠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동차업체가 차량에 안전띠를 장착하거나 자동안전띠를 의무화한 뒤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미착용시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안전띠 착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운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도록 한 뒤에야 성과가 나타났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