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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인터넷 절대반지 ‘호기심’은 두 얼굴…저절로 창의도구 되진않아

2016.08.23

호기심의 이중적 측면

호기심은 무한지식 꺼내는 열쇠
“기계는 답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질문을 위해 존재한다”

인터넷은 호기심의 친구이자 적
궁금증 자극하면서 주의 분산시켜

종교와 신화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최초의 인간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의 <아담과 이브>(왼쪽)와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이 로세티의 <판도라의 상자>.

종교와 신화는 인간이 본성적으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는 존재라는 것을 최초의 인간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티치아노의 <아담과 이브>(왼쪽)와 19세기 영국 화가 단테이 로세티의 <판도라의 상자>.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가 현실화함에 따라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창의력과 호기심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는 호기심이 삶의 질을 가르는 ‘호기심 격차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힘을 얻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호기심을 키울 수 있을까.

호기심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핵심 능력으로 여겨져왔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호기심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했고, 많은 학자들은 호기심이 지식을 추구하게 만드는 욕망이자 동력이라고 보았다. 작가 아나톨 프랑스가 “교육이라는 것은 그저 젊은이들의 자연스런 호기심을 일깨워 그 호기심을 채워나가도록 하는 게 전부”라고 말한 것처럼, 교육 현장에서도 호기심은 강조되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부터 ‘질문이 있는 교실’을 3대 교육지표의 하나로 내걸고, 교사의 가르침 위주 수업을 학생의 배움 중심 수업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과과정과 평가가 중요한 학교교육에서 호기심 위주 교육은 한계가 있지만, 학교 이후의 평생학습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호기심은 교육의 목표와 가치를 더 높고 멀리 보게 만들어준다. 호기심은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의 지식 구조 본질과 변화 방향을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열쇳말인 까닭이다.

호기심이 중요해진 두 배경

알파고 쇼크로 직업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책으로 창의성과 호기심이 주목받게 됐지만, 디지털 사회에서 호기심의 가치는 더 근본적이다. 인간 본성으로서의 호기심은 과거에도 중요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 훨씬 가치와 중요성이 커졌다. 여기엔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정보사회는 하버드대 물리학자 새뮤얼 아브스만이 <지식의 반감기>에서 밝힌 것처럼 지식과 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늘어나 빠르게 지식이 변화하고 정보의 유효기간이 단축되는 게 특징이다. 정보가 지속 변화함에 따라 미래는 더 불확실하고 불안해졌다. 직업과 전공을 비롯해 미래에 어떠한 변화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은 유연한 적응력이다. 정해진 답과 보장된 성공의 경로가 있다고 믿는 태도는 위험하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낡은 정보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자발적으로 학습하려면 호기심이 필수적이다.

둘째,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인의 도구가 된 모바일 세상에서는 누구나 손안에서 세상 모든 정보에 닿을 수 있다. 과거에는 도서관과 대학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지식 향유와 생산의 주체였다. 이제는 정보접근권의 민주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보 접근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정보의 향유와 활용도 평등해진 것은 아니다. 인터넷은 그 구조와 사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효과가 큰 도구다. 인터넷은 저마다의 소중한 시간을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낭비하게 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지식과 즐거운 소통의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게시판 사이트 레딧에서는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여행을 온 사람에게 가장 이해되지 못한 현상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주머니 속에 인류가 쌓아온 지식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늘 갖고 다니지만 주로 고양이 사진을 보고, 모르는 사람들과 말다툼하는 데 사용한다”는 답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기심을 가진 사람에게 인터넷은 최고의 도구이다. 모르는 것이 무엇이건 인터넷 검색으로 즉시 알 수 있다. 손끝에서 지구상의 모든 지식에 닿을 수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실제 활용하게 만드는 동력인 호기심이다.

2011년 2월 아이비엠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방송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전설적 퀴즈왕들을 꺾고 우승했다. 어떤 박식한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 기계의 등장을 알린 신호탄이다. 답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간은 기계와 경쟁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술의 충격> 저자 케빈 켈리가 “기계는 답을 위해 존재하고 인간은 질문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것처럼, 인터넷 시대에 금고 속 무한한 지식을 꺼내는 열쇠는 호기심과 질문이다.

호기심의 두 종류

영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벌라인은 호기심을 다양성 호기심과 지적 호기심으로 구분했다. 외부의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게 다양성 호기심이다. 지적 호기심은 인간만이 지닌 숙성된 호기심으로 깊이 있는 사고와 학습, 창의성, 자의식으로 연결되는 인간의 고유 능력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이 두 가지 호기심으로 각각 이끄는 두 얼굴을 지녔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인 동시에, 다양성 호기심을 무한히 충족시켜줄 수 있어 성찰과 깊이 있는 사고를 훼방하는 최악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의 푸시 알림과 선정적 정보는 다양성 호기심을 충족시키지만, 오히려 지적 호기심의 자리를 없애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호기심 충만한 아기로 태어나 지혜로운 존재로 성장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근대 학교교육의 기틀이 정립된 산업사회는 표준화된 교과과정을 통해서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해온 탓에, 전통적 학교교육은 오히려 호기심을 잃어버리기 쉬운 환경이다. 국내 교육제도는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한 교과과정과 평가가 중심인 까닭에 호기심 기반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뿌리내리기 더욱 어려워졌다.

‘답이 없는 문제’를 찾아가야 하는 미래에 호기심 위주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적 호기심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어떠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광범한 논의와 합의가 요구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