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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킬러로봇의 등장…사람 개입 없어 효율적이지만 그래서 위험

2016.07.19

[한겨레] 미국 경찰 세계 최초 ‘살인로봇’ 활용
인명피해 줄일 수 있어 확대될 가능성
원격조종에서 ‘자율 전투로봇’ 가능성
공격 목표 결정 때 사람 개입 없으며
큰 피해 생겨도 책임질 사람 없어

2013년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등 26개국 61개 단체들이 모여 ‘스톱 킬러로봇’ 캠페인을 시작했다. 위키미디어 제공

세계 곳곳에서 치명적 무기를 동원한 범죄와 테러가 갈수록 대규모, 흉포화하면서 신개념 방패도 등장하고 있다. 어렵고 지저분하고 위험한 일을 기계에 시키듯, 치안과 전쟁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로보캅’은 세상을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까?

지난 8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경찰은 경찰관 5명을 살해한 저격범 마이카 존슨과 밤샘 대치극을 벌이다가 범인과의 협상이 실패하자 로봇을 투입해 상황을 끝냈다. 새벽에 범인의 은신처로 폭탄을 장착한 원격 조종 로봇을 보내 저격범을 폭사시켰다. 데이비드 브라운 댈러스 경찰국장은 “다른 수단들은 경찰관들을 중대한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어,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5명의 경찰을 살해한 범인과 무장 대치한 상황은 이번 작전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떠나서, 로봇과의 공생이 필수적인 시대에 생각해야 하는 과제들을 던졌다.

첫 살인 로봇의 등장

로봇은 오래전부터 위험물과 폭발물 처리를 위해 경찰과 군대의 작전에 투입되어 왔지만 현장에서 사람 목숨을 구하는 데 주로 활용되었다. 직접적 살인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미국 새너제이의 다리에서 한 남자가 자살하겠다며 흉기를 들고 위협하던 상황에 로봇이 투입됐다. 경찰이 보낸 로봇을 통해 핸드폰과 피자를 전달받고 그는 경찰의 지시를 따랐다. 2014년 뉴멕시코 앨버커키 모텔에서 범인과 총기 대치중이던 상황에서 경찰은 로봇을 진입시킨 뒤 화학탄을 터뜨려 제압했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정찰과 폭발물 탐지·제거용 로봇인 팩봇 수천대를 활용해 군인들의 위험 노출과 인명 피해를 줄였다.

댈러스 경찰이 투입한 로봇은 2008년 15만달러(약 1억7천만원)에 사들인 노스럽그러먼 리모텍의 ‘안드로스 마크V-A1’다. 키 180㎝, 무게 358㎏으로 45㎏의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으며 로봇 팔을 1.7m까지 늘릴 수 있는, 원격 조종 로봇이다. 그동안 주로 폭탄 제거용으로 쓰인 로봇이 폭탄을 터뜨려 범인을 살해하는 데 활용된 것이다.

방어와 공격을 로봇에 맡기면

경찰은 ‘로봇 살인’이 위협 상황에서 원격 도구로 범인을 제압한 것이 총기 사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지만, 경찰의 로봇 사용이 앞으로 정당하고 적법한 수단으로 용인될지는 논란이 있다. 총기 사용처럼 ‘로봇 투입 수칙’만으로 충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번 ‘살인 로봇’은 경찰이 원격 조종으로 작동시켰지만, 인간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로봇을 특정 조건에서 자동 작동하도록 만들면 문제가 커진다. 특히, 적을 살상하는 게 목적인 전쟁에서 로봇 사용은 이미 논란이 뜨겁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수십개국이 참가한 다자간 군축회의에서는 살인 로봇이 주요 의제의 하나였다. 많은 나라가 로봇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발포하도록 하는 전투용 살상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외신들은 몇해 전 국내 비무장지대에 배치된 한화테크윈의 보초로봇 ‘센트리 가드 로봇’이 금지 구역에 사람이 나타나면 자동 사격을 하는 킬러로봇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을 중국,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과 함께 킬러로봇을 사용중인 위험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 저명인사 1만2000명은 강한 인공지능과 함께 자율성을 지닌 킬러로봇의 개발을 금지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람이 통제력을 잃은 강력한 도구가 지닌 위험에 대한 경고였다.

사람의 개입 최소화한 전투

킬러로봇은 감정이 없으므로 위험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고 아군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감정이 결여된 킬러로봇이 전쟁과 치안에 투입되면 안전성과 편의 증진보다 인류를 위협하는 커다란 피해가 생겨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선임연구원 보니 도커티는 16일치 <더 컨버세이션> 기고에서 “공격 목표를 결정하는 과정에 사람이 빠지면 위험한 세상이 만들어진다”며 민간인 피해 등이 발생해도 책임질 사람이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지뢰와 비슷하다. 지뢰는 공격자가 아닌 피해자가 뇌관을 터뜨린다. 지뢰는 공격자가 목표를 특정하지 않고 피해자가 작동시키는, 무고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더러운 무기’이다. 무기 사용에 관한 국제조약은 화학무기, 세균무기와 함께 통제되지 않는 지뢰의 사용을 금지한다.

미국 경찰의 첫 ‘로봇 살인’ 사례는 앞으로 로봇이 효율과 안전을 이유로 치안과 전투에 투입되는 상황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더욱 자동화되고 부분적 자율성을 띠게 될 치안 로봇은 결과적으로 전쟁과 치안 영역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아군의 피해를 줄인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도구이지만, 그러한 강력한 무기에 인간이 통제를 위임할수록 그 사용에 대한 인간의 감정과 책임은 희미해진다. 미국 네바다주 공군기지에서 무인폭격기(드론)를 조종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는 과정은 비디오게임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기계를 통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가져올 다양한 효과가 드리울 빛과 그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