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볼 것인가, 말 것인가?

2016.06.20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4472만명이다 . 국내 인구가 5160만명이니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 그런 현실이다 보니 학부모들의 고민 하나가 자연스럽게 해결 (?)된 것 같다 . 사줄 것인지 말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 모두 다 사주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냥 따라가면 된다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사주고 나면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마음이 여전히 복잡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음란물이나 도박 등에 물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이버폭력이나 범죄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새로운 고민이 생긴다. ‘볼 것인가, 말 것인가’이다. 더 솔직히 표현하면 아이들 ‘몰래’ 스마트폰을 봐도 되는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보지 않으려니 불안하고, 보려니 마치 숨겨둔 일기장을 몰래 뒤적이는 기분이다. 때로는 아동 인권과 사생활 보호 같은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물론 아이들의 반발은 더 무섭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살펴봐야 한다. 스마트폰은 혼자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장도, 나 홀로 즐기는 놀이기구도 아니다. 그것은 무한한 세상을 향한 문이고, 지구상 절반의 사람과 클릭 한번으로 만날 수 있는 접점이다. 콘텐츠의 30% 이상이 성인물이고, 수십 수백만의 불법 사이트가 손짓하고 있고, 헤아릴 수 없는 나쁜 사람들이 배회하고 있는 그곳을 아이들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배회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권리이고, 그렇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부모들의 의무이다.

‘몰래 보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이 처음 스마트폰을 가질 때부터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서는 안 될 것인지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부모들이 언제든지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디지털 세상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부모들의 고민은 ‘볼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제대로 쓰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이재포 협동조합소요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