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돋보기

“직업들이 사라진다는데 뭘 전공해야 안전할까요“

2016.06.20

[한겨레]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그러면 우리 아이에게는 어떤 전공을 갖게 해야 할까요?”

한 부모의 질문이 나온 곳은 최근 서울 시내 한 구청에서 열린 ‘인공지능시대,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를 주제로 한 강의와 토론 자리였다.

알파고 충격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 특히 자신과 자녀의 미래 일자리에 대한 불안이 높아져가고 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자동화와 로봇,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와 함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다른 부모는 좀더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그렇다면 초등학생인 내 아이에게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35%의 직업을 준비하는 교육이 좋을까요, 아니면 아직 생겨나지 않은 65%의 미지의 직업에 대한 대비 교육이 더 나을까요?”

대답이 어려운 난감한 질문이다.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미래이지, 예측이 가능하면 미래가 아니다. 또한 지금이나 미래 시점에서 특정 직업이 수요 측면에서 유망해 보여도, 고용시장에 나오는 종사자가 얼마나 많은가, 즉 공급 측면에 따라 상대적 가치가 달라진다. 미래에 좀더 안전할 것으로 보이는 직업을 선택하고 미리 준비하는 게 기본적으로 통하지 않을 세상이 오고 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학 교수는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더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필요한 직무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하는 게 유망한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라리는 지난 5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혁명 이후 200년 넘게 기계에 의해 인간 노동이 대체된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그 예측은 ‘늑대가 오고 있다’고 외친 양치기 소년의 말과 같았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하지만 그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엔 늑대가 실제로 왔다는 것이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미래를 어떻게 준비시켜야 할지를 묻는 학부모들에게 아쉬운 대답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인공지능의 영향을 덜 받고 변화로부터 안전할 직업은 없습니다. 기술과 사회 변화에 따라 사는 동안 여러 차례 직업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이고 거대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일까요? 유연성과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