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편리한 사진 관리 도구 오랜 즐거움의 자리는?

2016.06.6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20여년 전 사진강좌를 들을 때, 강사는 사격술을 설명했다. “남자들은 사격교육을 떠올리면 됩니다. 격발 순간에는 호흡마저 멈추고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하고, 함부로 총알을 쏘면 큰일나지요. 뷰파인더로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조준과 격발처럼 하면 됩니다.” 영어에서 ‘쏘다’(shoot)는 단어에는 사진 촬영이란 의미도 들어 있다.

디지털 시대에 사진 촬영과 관리는 달라졌다. 찍기 전에 구도를 생각하고 한장 한장 초점을 맞추면서 숨을 가다듬어 셔터를 누르던 관행은 달라졌다. 필름 대신 메모리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촬영하기 좋은 순간에도 더 좋은 기회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면서 셔터 누르기를 머뭇거릴 이유가 사라졌다. 찍은 뒤에 더 좋은 순간이 오면 다시 찍으면 된다.

촬영 전 판단과 구상보다 촬영 뒤 작업이 중요해졌다. 계속 셔터를 누르다 보니 사진이 많아졌다.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겨놓고 원하는 사진을 골라내고 분류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사진이 많을수록 번거로웠다. 촬영 전 시간과 정성을 덜 들이는 대신 촬영 뒤 저장, 삭제, 분류에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편리해도 사진 촬영과 관리에는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사진 기술 발달은 인간의 역할과 그에 기댄 안도감을 뒤흔든다. 촬영 이후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했던 작업들이 디지털에 맞게 재구성되고 있으며, 매우 편리해지고 있다. 폴더를 클라우드계정과 연결해놓으면 일일이 사진을 업로드하는 절차가 필요 없이 동기화되고, 사진을 확인한 뒤 분류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이 스스로 태그를 달아 분류한다. 구글이나 애플 등은 시간별, 장소별, 주제별, 인물별로 사진을 분류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의 이미지 인식 정확도는 사람의 눈이 사물을 인식하는 수준을 뛰어넘었고, 인공지능은 스스로 이미지를 찾아내 키워드에 따라 분류하고 내용에 적합한 사진설명을 다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기술은 사진 촬영에 이어 저장과 관리, 분류 작업까지 편리하게 바꾸지만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보람도 변화시킨다. 기계와 기술이 즐거움과 가치까지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해묵은 고민이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