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메일 읽고 답신하는 로봇 편리한 섬뜩함

2016.05.23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요즘 지하철이나 거리에서는 위험천만한 광경을 자주 만난다. 걷거나 계단을 내려가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문자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정보소통이 늘어나면서 바로 회신해야 할 이메일과 문자도 늘어난 게 배경일 것이다. 즉시 답변하거나 처리해야 할 상황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직장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한 시간 이상 이메일을 읽고 답신하는 일을 처리한다는 통계가 있다. 이메일이 편리한 도구로 등장했지만 어느새 ‘이메일 과부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메일 과부하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기계가 알아서 답변 이메일을 작성해 보내주는 기능이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을 홍보하면서 지메일에 기계학습을 적용한 자동답신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람이 답신하는 게 아니라 이메일을 기계가 읽고 적절한 답변을 만든 뒤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스마트 리플라이’ 서비스다.

“오늘 오후 3시까지 이번달 매출실적 예상 보고서를 보내주세요”라는 이메일을 받으면, 이런 유형의 이메일에 대한 사용자의 답신 형태를 기계가 학습해서 답변을 추천하는 구조다. 해당 이메일 유형에 대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답변 유형을 세 가지로 간추려 제안한다. 스마트 리플라이는 “네, 보내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자료가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작업중인데, 마감시간을 좀 연기해도 될까요?”와 같은 형태로 답신 문안을 제시하고, 사용자는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회신을 보내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영어로만 제공되고 있어 아직 한글 환경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그동안 지메일이 적용해오던 자동답신 기능은 ‘지금 부재중이라 회신할 수 없습니다’ ‘휴가중입니다’처럼, 사용자가 특정 기간과 메시지를 설정하면 이메일의 내용과 무관하게 동일한 답신이 발송되는 구조였다.

자동답신은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글자를 입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편을 덜어줄 수 있는 기능이다. 편리한 기능이지만 스마트 리플라이는 구글이 이메일 내용을 분석해 이메일과 연관성 높은 광고를 보여주는 맞춤형 광고와 유사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가 주고받는 모든 이메일에 대한 기계학습을 통해 나에 대해 나보다 정확하고 자세히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존재가 가시화하고 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