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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학교교육 90% 쓸모없어진다” 교육계 알파고 충격속 ‘심화학습중’

2016.05.23

[한겨레] 현장 l 서울과 대구의 교육개혁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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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 대구시교육청에서 ‘인공지능시대의 교육’을 주제로 열린 교육포럼에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이겼다.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지난 3월9일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승리한 뒤 트위터에서 달에 간 듯 환호했지만, 한국 사회는 1승4패의 결과 앞에서 ‘스푸트니크 충격’에 빠졌다.

대부분의 직업과 직무가 기계에 대체될 수 있다는 기존 미래보고서가 이미 현실화했음을 확인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불안과 공포였다. 지난 1월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지난달 방한해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충격적이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크다. 어쩌면 수업시간이 아니라 휴식시간에 배우는 것들이 아이들이 나이 들었을 때 더 쓸모있을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서울과 대구에서 알파고 시대의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주제로 별도의 포럼이 열렸다. 각각 민간과 교육계가 주도한 포럼에서 오간 논의를 소개한다.

교육계 인공지능 ‘스푸트니크 충격’
전문지식 효용보다 변치않는 학습능력
독서력·공감력·도덕성·소통능력…
고전적인 학습능력 더 중요해질 것

‘2025년 6학년은 무얼 어떻게 배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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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타트업인 퍼블리가 지난 4월28일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교육’을 주제로 개최한 전문가 포럼에서는 미래의 교육 방향에 대한 논의 못지않게 우리 사회의 비교육적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이 쏟아졌다. 현재 6학년 교육과정은 습득하기를 기대하는 능력과 학습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이를 가르친다. 하지만 10년 뒤는 물론 1년 뒤도 예측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이런 교육 방식의 유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미래에 어떤 직무와 지식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고 학습하는 능력인데, 현재 교육 시스템은 이 능력을 제대로 길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패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고교 시절 상위권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지만 혼자서 책을 읽고 이해할 능력과 의지가 없다. 공부할 자료가 널렸지만 스스로 파고들어 공부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인공지능시대에는 오히려 스스로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핵심적”이라고 말했다.

문유석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엘리트교육은 특별히 사회가 신경쓰지 않아도 잘 진행될 것이다. 오히려 미래 교육은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행동하도록 하는 고전적인 시민교육이 더 필요해진다”고 말했다. 극도로 양극화된 세상에서 기계와 소수의 특권층에 밀려날 다수로 하여금 왜 사람이 소중하고 평등한지에 대해 교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최우석 서울 미양초 교사와 한문정 서울사대부고 교사 등 현직 교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목표와 현실이 부응하지 못한다는 공통된 지적을 했다. 교육의 큰 방향이 학력평가에서 수학능력 평가로 바뀐 것처럼 단순 지식보다 문제 해결력의 강조를 지향하고 있지만, 실제 수업과 평가 단계에서는 그 가치가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점점 객관식 위주의 교육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교육과정은 자유학기제 도입 등 단순 암기가 아닌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학습 흥미를 유발하는 창의적 교육을 목적으로 하지만 실제로는 입시 경쟁에서 효율성이 높은 지식 전달 강의로 귀결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AI시대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10일 개최한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갈 길을 찾다’ 포럼에는 교사, 교육전문직 공무원 500여명이 참석해 4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인공지능 시대 공교육의 역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알파고 이후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3개 세션으로 포럼이 진행됐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발제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계의 준비가 시급하다. 사회구조를 수직적 명령체계에서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꿔야 하고, 학교 수업에는 프로젝트 수업과 수행평가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동 통전교육연구소장은 “현재의 교육 문제는 아이 발달보다 어른의 가치를 지나치게 전수하려는 데서 생긴 결과”임을 강조했고,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자동화시대에는 창의성과 감성, 협력을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1세기에는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무한하므로, 교육자는 학습자를 가르치기보다 안내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포럼을 준비하며 대구시 교육연구정보원이 교원 및 교육전문직 2229명을 상대로 한 미래교육 인식 조사에서는, 미래에 교사의 역할이 변하겠지만 ‘사람을 바람직하게 형성하게 하는 과정’이라는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흥미롭게도 미래사회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할 주요 능력으로는 공감 능력과 도덕성, 의사소통 능력이 1, 2, 3위로 조사됐다. 많은 지식과 리더십, 정보통신기술 능력은 가장 덜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라는 게 설문 결과였다. 이희갑 대구시 교육연구정보원 부장은 “예측하지 못한 응답 결과”라며 “알파고 이후 교육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며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천 전략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시대에 지식 전수 위주 교육의 무용성이 지적되면서 근본적 혁신이 요구되고 각계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새로운 교육의 내용은 지식의 습득과 활용보다는 공감 능력과 호기심, 시민의식 등 고전적인 교육의 본질로 이어진다는 점이 여러 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대구/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