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알파고가 알려준 ‘버림의 미학’

2016.04.11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지난 2월 말부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취재하면서, 제대로 몰랐던 알파고의 능력에 놀랐지만 주목하지 않아온 인간 능력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됐다.

“4개월 전 기보로 보건대 알파고는 나와 상대할 실력이 못 된다.” 2월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은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대국 전날인 3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세돌은 딥마인드 대표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걸 듣더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세돌은 “알파고가 인간 직관을 어느 정도 모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조금 긴장된다”며 “5 대 0은 아닐 것 같다”고 물러섰다. 하사비스가 알파고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하지 않고 유효한 경우의 수만 계산하는 ‘정책망’ 구조라고 설명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세돌은 컴퓨터가 사람의 바둑을 능가할 수 없는 특성이 인간의 직관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기계가 직관을 모방할 수 있다면 게임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핵심을 알아차린 것이다. 사람이 직관이라고 말하는 것을, 컴퓨터는 심층신경망 구조의 인식 알고리즘으로 변환해서 유사한 기능을 갖도록 만들어낸 셈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계산하지 않고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능력을 통해 알아차린다. 사람은 개와 고양이를 구별할 줄 알고, 남자와 여자의 얼굴도 쉽게 식별한다. 본능적이어서 우리가 어떻게 그런 판단능력을 지니게 됐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컴퓨터에 가르치기 어려운 기능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직관이라고 불러온 기능을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다양한 층의 논리판단 구조(심층신경망)로 해독해,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학 교수의 선구적 연구가 2012년 구글의 고양이 사진 판별 기능으로 진전됐고, 알파고에서 심화됐다. 이런 인공지능이 사람을 모방하기 위해 직관을 재구성하는 구조를 보면 신비롭게 여겨져온 인간 직관의 특성도 윤곽이 드러난다. 그것은 무수한 정보 중 중요한 것만 골라내고 불필요한 나머지를 과감하게 버리는 능력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진정 소중한 것만 찾아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게 인간 인식의 특성이고 우리는 그 구조를 직관이라고 본능화했다. 추상적 능력과 창의력도 세부적인 것을 버림으로써 얻게 되는 통찰력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