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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꿈꾸어온 ‘더 나은 세상’ 아이디어 꿈틀…엔지오 ‘나가수’ 될까

2016.04.11

[한겨레] 현장 l 구글 임팩트 챌린지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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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 교육워크숍 행사에 많은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디지털 기술은 어떠한 기술보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기술이 투자자본의 수익률을 높여주고 개발한 소수의 기술자들을 안락하게 해주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모두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을까?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디지털 기술의 최대 수혜자 구글이 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이색적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구글 임팩트 챌린지’ 교육워크숍에는 200여명의 비영리단체 종사자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귀를 쫑긋 세웠다. 구글 임팩트 챌린지는 구글이 국내 비영리단체들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적 아이디어를 공모해 최대 30억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승한 네 팀에 5억원의 지원금을 포함해 본선 진출 열 팀에 총 30억원의 지원금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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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수상한 프로젝트들. 오스트레일리아 ‘국경없는 엔지니어’의 캄보디아 화장실 시설 개선사업.

비영리단체 지원금으로는 일찍이 없던 규모인 만큼 설명회 단계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이혜진 매니저는 “애초 5일 한 차례 진행하려던 워크숍이었지만, 비영리단체 종사자들의 교육 신청이 몰려 두 차례가 추가되어 모두 600여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작성 노하우를 알려주는 설명회 현장에서는 “전세계를 겨냥한 것보다 한국 사회를 겨냥한 프로젝트에 가점이 주어지는가?” “우리 단체는 기술기반형 엔지오가 아닌데 지원할 수 있나?” “최종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사용된 기술을 공개해야 하는가?” 등 단체 활동가들의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아시아 지역의 구글 임팩트 챌린지를 주도하고 있는 마이카 버먼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기술중심적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기술보다 혁신에 중점을 두고 지원대상을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며 오히려 기존의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를 중시하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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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수상한 프로젝트들. 펭귄재단의 오염제거 사업.

구글은 임팩트 챌린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가져올 비영리단체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말하는 ‘혁신’은 과거에 하던 것과 다른 방법이나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은 세상’은 더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서비스에 접근해 누릴 수 있고 그래서 더 공평한 기회를 갖는 형평성 있는 세상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혁신적’ 서비스에 구글이 직접 뛰어들지 않고 외부 단체를 지원하는 이유는 “비영리단체들이 정부나 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을 충족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특히 비영리단체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기존에 각 단체가 수행해오던 사업 지원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들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높은 이상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자원이 부족한 게 일반적이다. 각 조직들로서는 꿈꾸어왔으나 돈 때문에 엄두 낼 수 없었던 아이디어를 상당한 규모로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다.

■ 심사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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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수상한 프로젝트들. 인도의 게임을 이용한 사업기술 교육 프로젝트.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방송인 김제동, 이원재 희망제작소장, 전수안 전 대법관,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12명의 심사위원이 선발하는데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력,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방법, 확장 가능성, 실행 가능성이다. 특히 한국 심사위원들은 기술 못지않게 사회혁신성을 주목한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생명·자유·평등의 핵심가치에 헌신해온 국내 비영리단체의 사회변화를 이끌 담대한 아이디어”를 강조하고 있으며, 권태선 공동대표는 “이번 챌린지를 계기로 한국 시민사회가 활기를 되찾고 다시 생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동반성장 사회를 앞당기는 계기”임에 주목한다.

■ 외국의 사례

2~3년 전부터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독일 등에서 진행되어온 임팩트 챌린지는 지역별·문화권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눈의 망막을 촬영해 당뇨병성 실명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저비용 태블릿 기기와 원유 유출로 기름을 뒤집어쓴 채 숨지는 연 10만마리의 펭귄을 살리기 위해 효과적인 세척 도구를 개발한 펭귄재단의 기술 등이 선정됐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자녀 대상의 디지털도서관 및 온라인교육을 제공하는 서비스, 자본금이 없는 소상공인을 위해 0%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기금이 수상했다. 프랑스에서는 장애인들의 이동성을 돕는 지리정보 서비스가, 영국에서는 가출·노숙 청소년들에게 맞춤형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분석 서비스가 수상하기도 했다. 일본과 브라질에서는 유아를 둔 엄마들과 특정 지역 거주민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사회 전체를 위한 서비스는 아니었지만, 영향력이 크다고 보아 선정됐다.

버먼은 “선정 단체에 지원금만이 아니라 멘토링과 자금관리 지원을 통해 첫해에 성공할 수 있는 토대를 닦는 일에 주력한다”며 “비영리단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선정시 실행 가능성에 대한 고려를 통해서 아이디어라기보다 그런 아이디어를 품은 비영리단체 사람들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