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돋보기

‘연결당하지 않을 권리’ 낯선 개념이 등장한 이유?

2016.02.29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2013년 독일 노동부는 업무시간 이후엔 비상시가 아니면 상사가 직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퇴근시간 이후 상사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받지 않아도 될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리암 엘 콤리 프랑스 노동장관은 곧 발표할 노동개혁법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도이체텔레콤·폴크스바겐 등 독일과 프랑스의 일부 기업에서 노사협약으로 업무시간 외 연락금지 방침을 적용해왔으나, 아예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시도다. 프랑스와 독일은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한 국가이고,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세상이 됐다. 이제는 지구상에서 이메일과 전화벨 소리를 피할 수 있는 생활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언제 어디에서나 연결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과 서비스 덕분이다.

늘 연결된 삶은 편리함만큼 그늘도 드리우고 있다. 원치 않는 연결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무시간이 지났는데 걸려오는 상사의 업무 요구가 대표적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자유·평등·박애에 이은 프랑스의 새로운 권리로 조명했다.

‘잊혀질 권리’ ‘연결되지 않을 권리’ 등 낯선 개념이 새로운 권리로 조명받는 현실은 의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권리가 될 수 있는 개념인가? 다른 사람의 기억이나 검색화면에서 나를 잊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권리일 수 있는가? 특정인으로부터 오는 전화와 이메일을 선별적으로 금지하도록 하는 것도 노동자의 권리가 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개념과 용어가 낯선 이유는 정보화사회의 삶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지금 당연시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다양한 권리도 처음에는 없던 것이 시민사회와 권리투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얻어진 개념들이다.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권리가 있는 게 아니고, 각성한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권리와 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계속 새로운 권리와 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