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돋보기

위키피디아가 알려준 인공지능과의 공존법

2015.12.14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환경에서 지식이 만들어지고 이용되는 구조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국내에서는 인기가 높지 않지만 위키피디아는 세계 최고의 콘텐츠 사이트다.
위키피디아가 지식과 정보를 보강하며 확산되는 동안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백과사전 ‘엔카르타’를 포기했고, 2012년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은 종이사전 발행 중단을 선언했다.
온라인 개방형 사전이라 신뢰도가 낮다는 주장은 2005년 12월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반박됐다.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에 실린 50개의 과학분야 항목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두 사전이 각각 4곳씩 오류를 보여 정확도 차이가 없었다. 위키피디아가 세계 최고 권위의 백과사전과 정확도에서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에 일반인은 물론 세계 지성계가 놀랐다. 진짜 놀라운 일은 <네이처> 논문 게재 이후 벌어졌다. 오류로 지적된 항목에 대해 위키피디아는 금세 수정됐지만, 종이 <브리태니커>는 오류인 채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누구나 편집자로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의 특성상, 여전히 민감한 항목의 서술을 놓고는 인식과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간의 ‘편집 전쟁’이 벌어진다. 이 때문에 위키피디아는 편집권한을 제한하고 엄격화했지만, 결과적으로 편집 참여자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져 ‘개방형 사전’의 장점이 퇴색할 우려를 제기했다.
최근 위키피디아는 인공지능을 도입해 편집 수정내역을 체크해, 품질 낮은 서술을 자동으로 골라내는 기능을 적용했다. 그동안 자원활동 편집자가 일일이 검토하던 것을 인공지능 기계가 품질이 낮아진 수정항목만 알려준다.
이는 로봇시대에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사전편찬처럼 편집자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다.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는 만큼 편집자는 일자리를 위협받는다. 한편 편집자는 이제껏 너무 많은 수정 내역을 검토하느라 더 중요한 항목의 편집에 시간과 주의를 할당하기 어려웠는데 기계의 도움으로 좀더 창의적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기계에 밀려나지 않는 방법은 기술을 잘 활용해 자신 업무를 새롭게 또 깊이있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