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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아이들은 왜 자주 프로필 상태를 바꿀까

2015.11.30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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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검>의 장인은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마술 같은 기교를 보여준다. 찰나처럼 지나가는 가면들은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칠정의 파노라마를 한순간에 보여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디지털 세대의 자기표현도 변검의 디지털 버전처럼 빠르게 이뤄진다.
디지털 세계에서 자기표현은 왜 이렇게 빨리,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디지털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를 바꾸는 변덕스러움을 쓸데없는 일이나 인생 낭비, 관심 구걸 등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피상적인 비난이다. 디지털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는 간략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는지 근황을 알리는 것은 물론,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도 드러난다. 그렇다고 감시자의 시선으로 아이의 디지털 세계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삼갈 일이다.
대신 디지털 세계에서 아이들의 자기표현이 함의하는 바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도록 하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프로필을 자주 바꾸고 상태 메시지가 가볍냐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시선에서 볼 때, 디지털 세계에서 자기를 표현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일이면서 나름의 진지한 고민이 작동하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자연 풍광이나 교훈적인 어록으로 꾸미느니 차라리 초기 설정 그대로가 낫다고 여긴다.
디지털 세계에서 성공적인 자기 전시는 <변검>의 현란함보다 더 능숙한 기교와 판단을 요청한다. 성공적인 자기 전시는 일방적인 드러냄이나 과시가 아니라, 적절한 나를 선별 전시하고 적절한 상호 인정을 획득해야 실현될 수 있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회학자 악셀 호네트는 <인정투쟁>에서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인정은 성공적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자 자신과의 긍정적 관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디지털 세대의 끊임없는 자기 연출은 변덕스러움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인정과 자존감을 위한 분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