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돋보기

‘정보 우위’면 무조건 유리? 택시앱이 알려준 ‘새 과제’

2015.11.30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최근 가족 모임에서 택시 탑승과 관련해 상반된 경험담이 화제에 올랐다. 70대의 부모님이 “얼마 전 시내에서 저녁 모임을 가진 뒤 택시를 잡는데 평소보다 훨씬 힘들었다. ‘예약’ 표시를 하고 지나치는 택시들이 많았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40대의 딸은 반대였다. “며칠 전 스마트폰에 깔린 앱으로 택시를 불러서 귀가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몇분 만에 금세 탑승했다. 전보다 택시 잡기가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택시에서 기사들과 카카오택시를 화제로 얘기를 주고받는데, 연령대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60대 이상의 나이 든 기사들은 “그런 게 나왔나 본데 새로 배워야 하고 복잡해서 안 쓴다”는 반응이 많다. 젊은 기사들은 “하루 평균 10건 가까이 카카오택시 이용 손님을 태운다. 전보다 손님이 늘었다”고 말하며 개선안까지 제시한다.
정보화 서비스 활용 능력의 차이가 일상의 편의와 수입에 영향을 끼치는 풍경이다. 기술을 잘 활용하는 기사와 승객들 사이에서도 줄다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택시로 이동하던 중 기사가 “요즘엔 앱으로 예약한 승객이 목적지 도중에 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행선지를 입력하는 경우인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늦은 밤 택시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장거리가 아니면 승차가 더 힘들다는 승객들의 불만도 많다. 택시 앱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번화가에서 택시 잡는 노하우라며 단거리의 경우 행선지를 일부러 멀리 입력하거나, 처음부터 얼마 더 준다고 웃돈 제공을 제시하라는 얘기가 공유되고 있다. 상대에 대해 ‘정보 우위’를 이용하려는 것은 택시 앱을 이용하는 일부 기사들도 비슷하다. 선호하는 행선지의 고객을 골라 태우는 경우인데, ‘승차 거부’를 적용할 택시와 승객이 특정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
택시 앱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서울에서만 15만건, 전국적으로는 30만건에 이른다. 택시 앱과 같은 정보화 서비스는 불필요한 기다림이나 손님 찾기와 같은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편리한 기술이지만, 이처럼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들을 드러낸다. 설계자가 서비스를 만들지만,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서는 승객과 기사 등 관련된 주체들이 참여하는 대화를 통해 기술에 대한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조화시킬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