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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와 말이 안 통하는 이유는…” 디지털에서 부모역할 달라진 탓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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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지난달 20일 홍대 앞 ‘미디어카페 후’에서 진행한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

3강에서 윤종수 변호사가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 강연

“야, 지금 김천 앞에서 애들이 웬 찐찌버거 때리는 거 봤냐.” “어 알어, 안여돼 주제에 노페 입고 설쳤다며.”
김붕년 서울대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강연장에 모인 부모들에게 요즘 청소년들의 은어를 얼마나 알아듣는지 질문을 던졌다. “김천 역 앞에서 새로 나온 햄버거 먹는다는 얘긴가요?” 디지털 환경의 자녀들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서 강연장에 모인 자녀교육에 관심 높은 부모였지만, 부모들이 짐작한 대화 내용은 10대 아이들이 쓰는 언어의 뜻과 거리가 상당했다. 기본적으로 부모와 청소년 자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김 교수는 말하고, 조곤조곤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청소년기의 배타성 강한 하위문화와 신체적·정신적 발달 특성을 전문가가 친절하고 알기 쉽게 풀어나갔다.
부모 먼저 디지털 속성 배워야
청소년기 자녀와 잘 소통할 수 있어전문가들의 ‘디지털 부모 되기’ 지혜
동영상으로 제작해 널리 보급키로
지난달 6일 서울 홍대 앞 ‘미디어카페 후’에서 열린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시즌1) 첫 강연의 표정이다.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디지털 시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5회 연속강좌 중 첫회인 김붕년 교수의 강연에 참석자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김 교수는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왕따’나 온라인게임 중독 등의 현상도 알고 보면 사회에 적응해가는 정상적인 성장과정의 일부분이라며, 부모들이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한가지 측면만을 강조하지 말고 세상의 다면적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청소년 문화가 중학교와 고교 시절을 거치면서 어떻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결국에는 긍정적인 자아관으로 성장하게 되는지 부모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친 언어와 반항적 태도, 특정 문화에 대한 과몰입 등 청소년기는 또래집단 중심의 극단적 하위문화에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세상은 그 너머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이 시기에 중요한 어른들의 역할이라는 게 김 교수의 얘기였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디지털에 친숙한 자녀세대와 아날로그 환경에서 이주해온 부모세대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소통과 공감을 늘리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디지털 세상을 알아야 한다는 목표로 연속강좌를 개설했다. 그 첫번째 주제가 ‘행복한 가족을 위한 디지털 레시피’다. 2016년에도 지속될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공개 연속강좌는 새로운 정보와 소통방법이 요구되는 디지털 시대의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다.
2회는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디지털 세상을 읽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과거와 달라진 디지털 세상에서 부모는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서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기술과 어떤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지와 왜 우리가 스마트폰을 벗어나 살 수 없는지 등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는 스마트폰 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기의 노예가 되지 않고 현명한 사용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기계화 시대에 일자리를 놓고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자녀들에게 어떤 능력을 교육해야 할지에 대해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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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가레’ 강연은 동영상으로 제작돼, 카카오티브이(TV)와 유튜브 등을 통해서 제공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미디어카페 후에서 1강 ‘청소년과 디지털문화’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김붕년 서울대 교수와 제작 스튜디오.
3회는 저작권 공유 단체인 크리에이티브커먼스코리아를 주도해온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세종)가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윤 변호사는 한국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남과 다른 창의성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진다며 젊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적 방법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에서 스스로 길을 찾는 해커의 창의적 해결력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의 아이돌 팬클럽 활동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서는 소통과 창의적 콘텐츠 생산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예시하면서, 디지털 세상이 이런 창의성을 키우고 발휘하기 좋은 최고의 공간인 이유를 설명했다.
4회차는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스마트폰으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를 주제로 강의했다. 김 교수는 뇌의 구조와 발달 과정을 설명하면서 부모가 알아야 할 청소년기의 뇌 특성을 설명했다.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달리 두뇌의 보상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어, 당근이나 채찍을 제시해도 사춘기 자녀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는 걸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가르치는 것에 앞서, 사람은 생리적 필요와 안전이 확보되어야 감정적 추구를 하게 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편안한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5회차에는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로봇·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미래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했다. 고가의 산업용 로봇과 달리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범용 가정용 로봇이 1~2년 안에 대중화될 미래에는 우리가 로봇에게 어느 영역까지 도덕적 판단을 위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 교수는 로봇 구매자로서 자신의 경험과 현재 나와 있는 다양한 로봇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로봇과 경쟁하는 대신 협업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했다.
5차례 연속강좌에 참석한 부모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만나기 어려운 매우 유용한 강좌로, 디지털 시대의 부모 역할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미디어카페 후에서 진행한 ‘행가레’ 강의는, 현장 강연에 참석자 수가 제한되는 특성을 고려해, 동영상을 통한 확산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행가레’ 5회 강연은 동영상으로 편집되어 한겨레티브이(TV)와 유튜브를 통해서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1회와 2회 강연 내용이 편집을 거쳐 서비스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