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폴크스바겐 사기극이 드러낸 소프트웨어 의존 사회의 단면

2015.11.3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뉴욕주의 롱아일랜드에 건설된 도로 위를 지나는 200여개의 고가도로는 높이가 유난히 낮다. 버스의 높이보다 낮아 고가도로 아래를 통과해 존스 해수욕장으로 가는 버스 노선은 아예 불가능했다. 이런 독특한 설계는 당시 뉴욕의 도시 설계와 공공건설을 주도한 공직자 로버트 모지스가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유색인종과 저소득층의 진입을 차단하고자 하려는 의도 때문이었다는 게 나중에 알려졌다. 미국의 기술철학자 랭던 워너는 “세계지도에 테크노폴리스라는 국가가 나오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국가의 시민으로, 복잡한 기술시스템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넷스케이프의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의 말처럼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보편어 노릇을 한다며, 운전기술이나 외국어처럼 누구나 익혀야 하는 기능이 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이들도 많다.
소프트웨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설계 의도대로 작동한다는 것이고, 그로 인한 영향 역시 설계 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미국의 연비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의 배출가스를 감소시키는 알고리즘을 조작해온 사실이 들통났다.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의 특성상 설계자 외에는 그 특성과 작동 방식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속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최대 1100만대라는 규모와 장기간에 걸쳐 기만극이 진행되어 올 수 있었다.
지난주 방한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 에릭 슈밋을 만나 폴크스바겐 사기극과 같은 경우를 막기 위해서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회적 감시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슈밋은 “폴크스바겐은 여러 차례 질문을 받으면서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조직적인 거짓말로 기회를 날려버린 대가를 비싸게 치르게 될 것”이라며 “구글은 실수가 있으면 인정을 하자는 것이고 내부에 보는 눈이 많아 속이는 것도 어렵다. 만약 구글이 그런 기만극을 벌인다면 기업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명성과 접근성을 통한 사회적 감시보다, 자신들을 믿어달라는 답변이었다. 기업의 기밀인 알고리즘 내부를 검증하기 쉽지 않지만,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는 볼테르의 말처럼 거대한 권력에 사회적 감시를 적용할 방법이 요구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