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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더 나은 세상이란 기회가 평등한 세상…기술이 도울 수 있어”

2015.11.3

00543239901_20151103지난달 30일 에릭 슈밋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회장이 이날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의

‘키즈 메이커 스튜디오’를 방문해 아이들의 창작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 키즈 메이커 스튜

디오는 구글닷오아르지의 한국 내 사회공헌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구글코리아 제공

인터뷰 _ 구글닷오아르지 덩클먼
“‘키즈 메이커 스튜디오’에서 만난 아이들이 20년 뒤, 한국의 구글을 만들 래리와 세르게이(구글 공동창업자)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세계적인 인터넷기업 구글의 사회공헌 플랫폼인 ‘구글닷오아르지’(google.org)를 이끄는 앤드루 덩클먼 구글닷오아르지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말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구글코리아에서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와 인터뷰를 한 그는 “내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란 기회의 평등이 확대된 세상이다. 기술은 좀더 많은 이에게 더 큰 기회가 가도록 쓰일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로 사회문제 해결 노력하는
디지털 혁신가들에 연 1억달러 투자
국내 한글박물관과 과천과학관도 지원빌게이츠 “아프리카엔 설사약 필요”
구글의 기술위주 사회공헌에 비판적
앤드루 덩클먼 구글닷오아르지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자사의 사회공헌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덩클먼 매니저는 이번이 한국으로의 첫걸음이다. 구글닷오아르지의 한국 내 사업 가운데 하나인 ‘키즈 메이커 스튜디오’의 개소식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이날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 문을 연 키즈 메이커 스튜디오는 이 기관과 구글이 손잡고 어린이들의 창의력을 키워주고자 마련된 시설이다. 2000㎡ 규모의 야외 과학체험 놀이터에 아이들이 직접 뛰어놀며 과학 원리를 깨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물이 있고, 부모와 함께 다양한 창작물을 만들어볼 수 있는 스튜디오 시설도 마련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덩클먼 매니저는 한국의 첫 느낌에 대해 “좋다. 특히 음식이 맛있다. 미국 남부 출신이다 보니 매운 음식에 익숙하다”며 웃었다.

구글닷오아르지는 세계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는 단체들을 지원하는 구글의 사회공헌 조직이다. 특히 컴퓨터 기술을 통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국립과천과학관과 협업 외에 지난해 10월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 시설은 어린이와 외국인을 위한 한글 배움과 체험의 공간으로, 구글이 2011년부터 진행한 한국 음악, 영화, 역사 등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인 ‘코리아 고 글로벌’(Korea Go Global)의 일환이다. 덩클먼은 “구글닷오아르지는 연간 전세계에 1억달러(약 1138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일하는 혁신가들이 주된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전문 기술을 가진 구글의 직원들이 직접 지역사회 비영리단체들에 뛰어들어 활동하는 것도 독려하는데, 지난해 구글 직원들의 재능기부 시간은 총 8만시간이라고 한다.
그는 구글닷오아르지가 근래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으로 장애인 지원 프로젝트를 꼽았다. ‘구글 글로벌 임팩트 챌린지: 장애’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로 다양한 비영리단체들을 지원해왔는데 올해에는 3D 프린터로 팔다리에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의수나 의족을 만들어주는 아이디어가 채택돼 해당 단체에 2천만달러(227억원)를 투자했다. 다른 역점 프로젝트는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교육하는 세계 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지원 사업이다. 덩클먼은 “다가오는 디지털 경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을 통한 세상의 변화’라는 구글의 접근법에 대한 비판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3년 <비즈니스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면, 하늘에 떠 있는 풍선(통신 기능을 하는 풍선을 띄워 낙후지역에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구글의 사업을 의미)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아이가 설사로 죽어갈 때 그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웹사이트란 없다”고 말했다. 덩클먼은 “말라리아에 대해 얘기한다면 나도 빌 게이츠에 대해 동감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여전히 기술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투자한 ‘넥스리프 애널리틱스’(Nexleaf Analytics) 프로젝트가 그 사례다. 이 사업은 구호 기관에 약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콜드 체인(저온 유통 체제)을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관리하는 프로젝트다. 빌 게이츠가 말한 말라리아의 경우에도 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새 기술이 늘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사이버 왕따’라는 전에 없던 골칫덩이를 낳았듯이 말이다. 덩클먼은 “기술의 영향의 대한 논의는 그 자체로 의미있고 중요하다. 우리는 영향을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기본적으로 나는 기술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예컨대 사이버 왕따의 경우, 10대 성적소수자에 대한 배척을 줄이기 위한 ‘점점 나아질 거야’(It gets better)라는 유튜브 캠페인이 있었는데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둔 바 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이란 무엇일까? “구글이 아닌 개인적인 정의에서, 만인이 평등한 기회를 가지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 루이지애나 남부에서 자랐는데, 빈곤율이 매우 높은 지역이다. 나는 당시 내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는지가 나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다. 루이지애나 아이들도 미래의 의사, 변호사, 래리와 세르게이가 될 수 있게 세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것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동기가 되었다.” 그는 구글닷오아르지도 펀딩에 참여하고 있는 ‘칸 아카데미’와 같은 무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예로 들었다. ‘기술은 기회의 민주화를 위해 쓰일 때 그 가치가 빛난다’는 생각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