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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디지털 사피엔스

우주가 준 선물 ‘질문하는 능력’ 키우려면?

201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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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에 걸린 ‘광화문 글판‘ 가을편.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휘파람 부는 바람’에서 가져온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구본권의 스마트 돋보기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가을을 맞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글판에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이 걸렸다. 시인의 통찰은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뒤흔드는 디지털 세상에서 돋보인다. 인공지능이 발달해 튜링테스트를 통과하고 사람 감정을 흉내 낸다고 해도, 공감 능력과 호기심은 기계와 구별될 사람만의 특성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물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통찰이 중요하다. 웬만한 단편적 정보와 지식은 질문만 던지면 스마트폰과 검색엔진을 통해 즉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정보를 외부에 의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암기와 기록의 가치는 크게 달라졌다. 호기심과 질문이 통찰에 이르는 길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느 때보다 호기심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 이언 레슬리는 <큐리어스>에서 호기심을 지닌 정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호기심 디바이드’를 강조했다.
베이컨의 말처럼 “아는 것이 힘”인 세상에서 그 힘을 얻는 방법은 호기심과 질문이다. 뉴턴의 물리법칙처럼 모든 위대한 발견과 업적도 질문에서 비롯했다. 호기심은 누구나 갖고 태어나지만, 대부분 나이 들면서 잃어가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호기심을 품고 질문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호기심은 두 종류다. 다양성 호기심과 지적 호기심이다.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정보를 탐색하고 요구하는 게 다양성 호기심이다. 외부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기능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생존 능력이었다. 하지만 지적 호기심이 결여된 채 외부 환경에 따라 옮겨다니는 다양성 호기심은 주의력 결핍 장애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최고의 도구이지만, 쉴 새 없는 알람과 업데이트로 지적 호기심을 방해하는 최악의 도구이기도 하다.
좋은 질문으로 이어지는 호기심을 위해서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지식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호기심은 내가 알고 있는 두 가지 정보 사이에서 생겨나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고, 이를 해소하려는 마음은 인지부조화 회피 심리다. 질문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보가 요구된다. 아무리 스마트폰과 검색에 의존할 수 있다고 해도, 스마트폰을 덮었을 때 머릿속에서 생겨나는 호기심과 질문이 통찰로 숙성할 시간을 지녀야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