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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방학 동안 자녀들과 ‘스마트폰 갈등’ 더 깊어졌다면?

2015.08.11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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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

방학, 어느 때보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집집마다 부모들의 마음은 편안하지 않다.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에 매달려 지내는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에게 방학 기간의 집은 디지털 원주민과 이주민이 격전을 치르는 전쟁터와 비슷하다.

불편한 심정은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부모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앞뒤 안 맞는 잔소리와 윽박만 내지르는 훼방꾼이다. 특히 부모의 일관성 없는 행동은 자녀의 불신을 깊게 한다. 대화 중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면서도 정작 부모 자신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아이의 질문과 이야기에 영혼 없는 응답을 하는 일이 흔한 풍경이다.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자던 방학 초심은 간데없고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디지털 시대의 방학이 됐다. 이 불편함을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아이에게 “네가 올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 전에, 부모로서 아이가 이번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말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되짚어보길 제안해본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직관펌프>에서 트집잡기나 몰아붙이기를 피하고 존중과 공감에 입각한 비판적 대화를 도모하는 한 방법으로 ‘래퍼포트 규칙’을 소개하고 있다. 이 규칙은 상대 입장을 명확하고 생생하게 다시 표현하여 상대가 ‘고맙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 건 미처 생각 못 했네요’라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들을 상세하게 나열하고 상대에게 배운 것을 모두 언급한 뒤에야 상대에게 반박하거나 비판할 자격이 생긴다는 얘기다.

늘 가까이 있는 부모와 자녀끼리 대화할 때 이런 규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최소한 ‘참을 숨’ 세 번을 쉬면 더욱 좋다. 아이를 향해 뙤약볕처럼 달궈진 마음의 열기를 식힌 뒤 아이에게 담담하게 말을 건네보자. 덕분에 스마트폰이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유용한 매개가 될 수도 있다는 걸 발견하고 공유하게 된다면, 그리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또 다른 피서법을 찾는 대화로 이어진다면, 갈등의 계기가 소통의 도구로 바뀌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