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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도 “나 좀 쉬자!”…초등생 스스로 찾는 디지털라이프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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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 시흥시 서해초등학교 6학년 5반은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들고, 각자의 스마트폰 생활 습관을 점검해보았다.

[사람과 디지털]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 가보니
잠시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던 세진이가 책상 위의 펜을 들었다. 파란색 카드에 “공부할 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몰랐던 숙제를 친구들이 카톡으로 알려준다”고 썼다. 빨간색 카드에는 “게임을 하다보면 계속하게 된다.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없이 놀기 힘들다”고 적었다.
책상을 마주한 같은 모둠의 채연이는 빨간 카드에 “공부할 때 스마트폰이 울려서 방해된다.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파란 카드에는 “모르는 것을 빨리 찾을 수 있다. 친구들과 빨리 연락할 수 있다. 시간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스마트폰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파란색, 빨간색 카드에 적는 수업활동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시흥시 서해초등학교 6학년 5반은 방학을 앞두고 각자의 스마트폰 생활 습관을 돌아보는 특별한 수업활동을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실시하는 ‘스마트폰 이별주간’ 수업 시범학교 중 한곳으로 선정되어, 진행되는 활동이었다. 이날 서해초 6학년 5반 교실은 내내 진지했다. 학생 30명 모두 준비된 교재에 정성껏 기록하고 지도교사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권형민 선생님은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에서 근무 해온 ‘얼리어답터 교사’였다. 하지만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보면서 신기술의 빠른 활용보다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쓰는 법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이런 문제를 연구·교육하는 교사단체인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깨미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30명 중 27명이 스마트폰 사용
연락도구로 사준 뒤에, 부모 지도 없어
학생 스스로 장단점 생각하게 한 뒤
불필요한 앱 삭제, 바른 사용법 찾기
이날 수업은 ‘스마트폰 바구니 만들기’ 공작으로 시작했다. 준비된 교재를 이용해 학생들이 종이접기로 가족용 스마트폰 바구니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바구니는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도록 4칸으로 완성됐다. 학생들은 바구니를 조립하면서 저마다 이름을 붙였다. ‘스마트폰 졸음쉼터’ ‘스마트폰 휴게소’…, 옆면에는 학생들이 스스로 이 바구니에 담고 싶은 각오를 써 붙인 경우도 많았다. “2시간 이상 사용금지” “나 좀 쉬자!” “10시 이후 사용금지”….
이 교실 벽에는 어린이 글씨체로 ‘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용법’ 규칙이 붙어 있다.
“1. 채팅할 때 언어예절 지키기 2. 학교 정문에서 스마트폰 끄기 3. 밴드에 쓸데없는 것 올리지 않기 4. 게임 4개 이상 깔지 않기 5. 잔인한 게임, 동영상, 음란물 보지 않기”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통해서 스스로 만든 규칙이다. 규칙을 어길 때는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 물어봤더니 “없다”고 대답한다. 스마트폰을 학교에 가져오거나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벌칙은 전혀 없다. 권형민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조절능력을 갖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벌칙이나 불이익은 이런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 관련한 규칙들은 모두 학생들 스스로 학급회의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 4, 5, 6학년들은 올해부터 개인별·학급별 스마트폰 사용규칙을 만들어서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하는, 시범활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기록한 스마트폰의 장단점과 스마트폰 바구니.
학생들이 스스로 기록한 스마트폰의 장단점과 스마트폰 바구니.
초등 6학년생들에게 스마트폰은 이미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30명 중 27명이 스마트폰을 사용중이었고 1명은 피처폰을 쓰고 있었다. 전화기를 갖지 않은 학생은 2명이었다. 대부분 큼지막한 화면의 최신형 스마트폰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시간 사용된 흔적이 뚜렷했다. 액정이 깨지거나 금이 간 경우도 많았다. 자녀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스마트폰을 사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쓰게 되면서 경험하게 될 다양한 상황과 변화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주지 못한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바로 스마트폰을 켜서, 부모와 통화를 했다. “지금 수업 끝나서 학원으로 가는 중이야. 엄마.” 학원이나 공부방 앞에서 기다리는 동안은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게 초등 6학년생들의 일반적 모습이었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에 관심사에 따라 앱을 설치해 사용하며 다양하고 넓은 세상을 만나고 있었다. 픽시 자전거를 좋아하는 한 남학생은 ‘번개장터’ 앱을 깔아 중고 자전거 부품을 구매하고 있었고, 한 여학생은 인터넷쇼핑 앱을, 또다른 학생은 ‘마이돌스페이스’ ‘스타즈 포 샤이니’ 같은 앱을 통해 팬클럽 활동 중이었다. 많은 학생이 웹툰·유튜브 앱을 사용 중이었고, 쿠키런·아이러브커피 같은 게임도 다수 설치했다. 레트리카·B612·포토원더와 같은 셀카용 앱과 폰트집사·폰테마샵 등의 폰꾸미기 앱도 많이 깔려 있었다.
각자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들을 기록해보고 사용 습관을 살펴본 뒤, 사용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앱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삭제하는 순간이 됐다. 앱을 5개 지운 학생이 1명, 4개 지운 학생이 3명, 3개 3명, 2개 2명 순이었다. 1개를 지운 학생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1개도 못 지운 학생도 6명이었다.
앱을 지울 때 심정을 물었다. “여태까지 하던 거라 아까웠어요” “이거 지우면 심심할 때 할 거 없어져요” “지울 거면 왜 깔아서 했나 생각이 들었어요. 마인크래프트 지금까지 해서 기록 올렸는데 아까웠어요. 그랬지만 지웠어요” “지금 안 쓰지만 다시 지우려니 아까웠어요” “로그인해서 쓰는 앱은 데이터가 남아 있는데, 아까웠어요”.
선생님은 스마트폰 바구니를 가져가서 가족이 대화하고 약속을 만들어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여러분 스스로 생각해서 정리해야 해요. 선생님이 ‘해라 마라’ 할 수 없으니, 스스로 좋은 스마트폰 습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처음 시범실시하는 ‘스마트폰 이별주간’ 활동은 관내 초·중학교 15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이미 학생들 생활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 스스로 습관을 돌아보고 규칙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이 있다. 수업활동으로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생활 속 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려면 교사와 부모들의 참여, 그리고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수적이다.
시흥/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