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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긴급상황’ 정부 모바일 앱, 장애인엔 ‘그림의 떡’

2015.05.19
[사람과 디지털] 안전관련 앱에서의 접근성
2014년 4월12일 집에 난 불을 피하지 못하고 숨진 장애인 송국현씨 장례식이 사고 한달 뒤인 5월12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찔하죠. 119신고 앱이 신고를 할 수 없다면 누가 쓰겠습니까?”(웹발전연구소 오경훈 연구원, 시각장애인으로서 평가 진행)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다.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18일 기준)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해 4월16일, 그 이튿날 다른 안타까운 사건으로 또 한 사람의 생명이 숨을 거둔 일이 있었다. 나흘 전 일어난 화재 사고로 화상을 입었던 장애인활동가 송국현(53)씨가 영영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몸이 불편했던 그는 집에 난 불을 피할 수 없었고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사고와 재난에 대한 공포로 일상을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사회에서 누구든 누락된다면 진정 안전한 국가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안전에 있어서도 장애인이 소외된 현실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국민안전처 안전앱 접근성 평가
4개중 3개 ‘매우미흡·미흡’
시각장애인은 119신고 접근불가
모바일 필수도구화로 접근성 중요
기술은 이 차이를 줄이는 데 쓰일 수 있다. 디지털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혁명 이후 ‘손안의 컴퓨터’를 통해 삶에 스며든 많은 기술들도 그렇다. 쉬운 예로 화상통화가 일반화하기 전에 청각장애인에게 이동통신이란 거의 누리기 어려운 기능이었다. 이런 기술의 기능은 제대로 설계되고 쓰인다는 요건에 맞아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런 요건을 인터넷 서비스에서 개념화한 말이 ‘접근성’이다. 접근성이란 앞서 개인용컴퓨터(PC) 환경에선 누리집에 대한 ‘웹 접근성’에 맞춰져 있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웹 접근성을 “어떠한 사용자(장애인, 고령자 등), 어떠한 기술 환경에서도 사용자가 전문적인 능력 없이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모든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는 모바일로 확장됐다. “장애인·고령자 등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여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행정안전부)이 지금의 모바일 접근성 개념이다.

국내 안전 관련 앱들의 접근성은 어떨까? 이는 모바일 환경에서 정부가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안전환경 구현을 위해 적절한 기술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가늠자 구실을 한다. 접근성 인증사인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는 세월호 참사 뒤 신설된 안전 전담 정부 부처인 국민안전처가 제공하는 앱의 접근성을 조사했다. 18일 밝힌 결과를 보면 전체 4개 가운데 3개가 ‘미흡’ 이하 판정을 받아, 접근성 보장을 위한 설계와 노력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19신고’ 앱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앱은 화재 등 유사시에 장애인 등이 빠르게 위험을 신고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신고 기능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웹발전연구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메인페이지의 ‘119신고’ 링크는 토크백(화면 문자를 소리로 바꿔 읽어주는 기능)의 모든 도구(제스처)를 사용해도 찾을 수 없었으며, 초점도 제공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시각장애인이 동작이나 청각을 통해 해당 기능에 접근할 방법이 전혀 없어 있으나 마나 하다는 뜻이다. 이런 치명적인 문제 탓에 전체적으로 보통 수준의 기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70점(100점 만점)의 ‘매우 미흡’ 도장을 받았다.
국민안전처가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앱들이다.
국민안전처가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앱들이다.

‘안전신문고’는 주변에 안전 관련 문제가 있는 경우 앱으로 신고 등을 할 수 있게 한 앱인데, 119신고보다 낮은 66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국내 다수 사용자가 쓰는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용의 경우, 메뉴의 대부분이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아 전반적인 이용이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졌다. 초점이 맞느냐란, 시각장애인이 앱을 쓸 경우 스마트폰이 해당 메뉴를 사용자에게 읽어줘야 하는데 컴퓨터가 메뉴를 정확히 찾아 읽어줄 수 있도록 제작자가 만들었는지 여부를 뜻한다. 결국 부실한 앱과 사용자환경 설계가 장애인들의 직접 참여로 주변의 위험 환경과 요소들을 개선하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반면 ‘안전디딤돌’은 94점의 높은 점수로 호평을 받았다. 안전 관련 다양한 정보를 모아 놓은 앱인데, 대부분 서비스가 적절한 대체 텍스트(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게 한 기능)를 채택해 접근이 양호했다. 다만, ‘국민행동요령’ 등의 콘텐츠에는 대체 텍스트가 없는 부분이 있어 보완이 요구됐다. 국내 외국인들을 위한 안전정보 앱인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 앱은 비교적 무난했으나 앱의 모든 버튼에 대체 텍스트가 적용되지 않는 등의 불편함이 있어 ‘미흡’(84점)을 받았다.
기술의 발전이 자연적으로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나 사람들의 평등한 사용기회를 보장하는 쪽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웹발전연구소는 정보화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 낸 ‘모바일 융합 환경에서 웹·앱 접근성 제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급격한 모바일 환경의 발전은 사람과 사물 간의 연결이 아닌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인 사물인터넷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모바일 기기는 더욱 확산되고, 기기를 사용하는 사용자 모두가 접근성 대상에 해당됨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모바일 접근성 문제는 사회적으로 이슈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이 너무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게 되면서 그에 걸맞게 모든 이들을 끌고 가기가 점점 더 벅차게 되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이를 추동하는 기술기업들이 수익성을 고려하다 보면 접근성은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장은 “안전 등 필수적인 요소에서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물인터넷·웨어러블 등 다가오는 모바일 융합 환경에서 정보격차는 더 심각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