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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예원 이태임 2차 동영상’에 속은 당신, 만우절 마음에 안들죠?

2015.04.7

최근 만우절에 ‘2차 동영상’ 유출 소동까지 일었던 예원과 이태임의 다툼 논란 유튜브 동영상. 유투브 갈무리
[사람과 디지털] 디지털 시대의 ‘만우절 풍경’
‘[충격] 예원 이태임 2차전 동영상’
지난 1일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큰 관심을 모았던 두 여성 연예인 예원과 이태임의 후속 영상이라는 인터넷 주소(누르면 해당 웹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가 퍼졌다. 하지만 링크를 누르면 ‘실망스럽게도’ 만우절 단어 설명이 된 웹페이지가 스마트폰 창에 뜨고 만다. 앞서 두 사람이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장에서 주고받은 욕설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유출되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영상에 나오는 “언니, 나 마음에 안 들죠”는 방송과 광고에서 패러디되며 눈 깜짝할 새 유행어로 등극했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만우절 농담은 인터넷상 화제의 인물을 배경으로 모바일 메신저에서 이뤄졌다.
과거 만우절 장난은 말 그대로 장난에 가까웠다. 사회문제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소방서나 경찰서에 장난전화를 걸거나 학생들이 옛날 교복을 꺼내 입고 등교하는 식이었다. 인터넷이 양상을 바꿔놓았다. 인터넷의 개방성과 연결성은 여러 면에서 사실과 거짓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지식과 아이디어가 빠르게 번지듯 우스개와 거짓부렁이도 한정된 장소를 떠나 넓고 빠르게 전파된다. 장난이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되어 버린 셈이다
.‘짓궂은 장난’ 변함없지만
한정된 공간과 맥락 벗어나 유통
주요 언론들도 속아서 잇단 오보
정보가 편하고 쉽게 유통될수록
진위 판별능력은 더 소중해져
만우절은 서양에서 비롯했다는 게 통념이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에서 역법이 바뀐 것을 이유로 든다. 과거 프랑스에선 해가 바뀌는 시기를 봄으로 보고 4월1일이면 제사와 함께 한해를 마무리하며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564년 프랑스 왕 샤를 9세가 지금의 1월1일을 해가 바뀌는 날로 정하는 새 역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금세 전파되지 않았고 옛 달력과 새 달력의 혼돈이 빚어졌다. 이 시기 4월1일에 장난스러운 선물을 하거나 장난기가 섞여 신년행사를 그대로 하던 일들이 있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장난치는 날로 바뀌어 각국에 전파되었다는 설이다. 한편 동양은 인도에서 춘분의 불교 설법이 끝난 뒤에 장난을 벌이는 풍습이 기원이 됐다는 설도 있다.
이런 오랜 전통 탓인지, 외국의 언론 매체들은 만우절용 장난 기사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대표적인 게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의 피살 소식이다. 국외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하며 미국 주식시장까지 출렁일 정도였다. 국내 방송들도 이를 속보로 긴급히 전했다. 하지만 이는 가짜 ‘시엔엔’(CNN) 누리집의 거짓 기사를 언론이 인용하면서 만들어진 오보임이 나중에 드러났다. 2008년에는 국내 한 대표적 일간지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사르코지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가 영국의 패션 자문으로 임명되었다는 기사로 오보를 냈다는 사과였다. 영국 신문 <가디언>의 만우절 장난 기사를 확인 없이 인용 보도했다가 빚어진 망신이었다.
‘장난’과 ‘사실’ 경계 모호…인터넷시대 정보 분별력 더 필요
언론들이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실수를 저지른 쪽이라면, 기업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사실과 장난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만우절 장난에는 예전부터 기업들도 한몫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왼손잡이용 와퍼 햄버거를 내놓았다거나, 미국 멕시코음식 회사 ‘타코벨’이 자유의 종을 사들였다는 소식 따위다. 올해 만우절을 맞아 뉴질랜드에선 자동차 회사 ‘베엠베’(BMW) 대리점이 신문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새 차를 공짜로 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장난이라고 생각할 법하지만 한 여성이 실제 찾아갔고, 대리점은 정말 새 차를 선물로 증정했다. 이 소식은 만우절 화제로 인터넷에 퍼졌다. 회사는 큰 홍보효과를 거뒀다. 국내에선 영화관 프랜차이즈 ‘씨지브이’가 모바일 앱의 신작 영화들 포스터를 구닥다리 1970년대 패러디물로 바꾸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엣지를 요리칼처럼 쓰는 포스터를 배포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터넷 입소문의 위력이 점차 늘면서 만우절은 기업들의 마케팅 대목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 인터넷기업 알리바바가 만우절을 맞아 내놓은 ‘매트릭스+’의 홍보 사진. 사이트 갈무리
중국의 대표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는 지난 1일 전세계 10억대의 스마트폰을 연결시켜 인공지능 개발, 에이즈 치료, 우주탐사 기술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는 ‘매트릭스+’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날짜나 내용에서 만우절 마케팅이라 여기기에 그만이지만, 알리바바 쪽이 내놓은 해명은 단순히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 인터넷 기술매체 <신랑과기>(新浪科技)는 회사가 “사업이 추진 중이며, 연구 성과도 일부 거둔 상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거대한 풍선(구글)이나 드론(페이스북)을 띄워서 지구상의 모든 오지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겠다는 기술 기업들의 대범한 계획들을 맞닥뜨리면 기술이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문다는 말이 납득이 가기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지난 1일(현지시각) ‘인터넷이 만우절을 망쳐놨다’는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지난 2012년 한 대학신문 편집장이 독자들에게 사과를 한 사연을 전하며 시작한다. 만우절을 맞아 농담조로 성폭력을 묘사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우리의 생각 없는 행동에 대해 깊게 사과한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이 정보의 유통 공식을 바꾸면서 경천동지할 내용을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곧바로 전달하는 것은 이따금 무모한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우리는 트위터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에서 말이 전달에 전달을 거듭하며 사실인지 가정인지, 장난인지 진지한 내용인지 혼돈스러워 보이는 모습을 이미 자주 보아왔다. 편하고 빠른 인터넷의 연결성은 역설적으로 사용자들의 표현에서 진지하고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리고 놀랄 만한 정보를 받는 사람도 정보 그대로 믿기보다 그 진실성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는 환경이 되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