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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개방·공유’ 미흡 여전…G7과 견줘 한국 ‘꼴찌’

2015.02.11


네이버 검색창에서 국회도서관을 검색하면 ‘robots.txt에 웹수집 정보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붉은 상자)라고 나온다. 정부 누리집들이 공공 정보 활용을 막는 정책을 방관한 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사람과 디지털] 정부 포털 웹 개방성 평가

디지털 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요즘이지만, 기본적으로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윤택하게 개선하는 작용을 해왔다. 진보의 동력으로 주로 거론되는 특징이 개방과 공유다. 디지털 미디어는 더 많은 이들이 더 쉽게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개인의 삶과 사회의 진보에 적잖은 영향을 끼쳐왔다.

여러 나라 정부가 공공데이터 개방을 정책 목표로 두는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부 데이터의 개방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 빠르게 정치적 목표와 다짐이 되고 있다. 경제성장을 도울 뿐 아니라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증진시킨다는 이유로 매력적인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고 누리집에서 밝히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정부 3.0’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정부운영 정책도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
하지만 지향에 비해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는 9일 정부 주요 포털의 웹개방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웹개방성이란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외부에 정보를 잘 공유하고 있는지를 뜻하는 말이다. 조사는 구체적으로 포털들이 검색엔진의 접근을 얼마나 잘 허용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디지털 세상에선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검색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쉽게 찾을 수 없다면 정보의 바닷속에 삼켜져 사실상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 셈이다.
평가 결과 대상 정부 포털 가운데 40%는 검색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59개 누리집을 평가했는데, 20개 포털(33.9%)이 부분 차단, 3개 포털(5.1%)이 완전 차단을 하고 있었다. 평가 실무를 맡은 진윤선 선임연구원은 “국민들이 검색할 때 정부 주요 포털에서 제공하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검색되지 않고,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정보만 잔뜩 검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보 접근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는 구체적으로 robots.txt라는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용어처럼 들리지만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개의 누리집에는 robots.txt라는 파일이 있는데, 이 파일은 검색엔진이 해당 누리집의 내용을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정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 파일은 웹브라우저 주소창에서 누리집 주소 뒤에 ‘/robots.txt’를 붙여서 치면 바로 내용을 볼 수 있다. 예컨대 국회도서관(www.nanet.go.kr)의 경우 주소창에 ‘www.nanet.go.kr/robots.txt’를 입력하면 된다.

이번 조사에서 국회도서관은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www.kais.kr/realtypric),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코리안넷’(www.koreannet.or.kr)과 함께 모든 검색을 전부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관은 특히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정보 공유의 중심 역할을 맡아온 기관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포털 59곳 중 23곳 부분·전체차단
검색 접근 막는 누리집 40% 육박
한국 웹 개방성 종합점수 71점 그쳐
일본·영국·캐나다·이탈리아 90점대
“정보 주인은 국민이라는 의식 가져야”
공공기관들이 검색을 어렵게 하는 것은 과거의 오해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중반 구글 등에서 검색을 하다 보면 공공 누리집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도 한다는 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정부는 robots.txt 설정을 대책 중의 하나로 내놓았다. 검색엔진의 접근을 막아 노출이 안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대책이 거꾸로 정보보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robots.txt 파일은 정보를 보호하는 방책이 아니라 단지 이곳은 중요한 정보가 있으니 오지 말아달란 부탁에 불과하다. 악성 해커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먹잇감을 일러주는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2007년 이를 제안한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보고서도 “해킹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보안은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 보호의 역할에는 취약하면서 정보 공유는 저해하고 있는 검색 배제 정책이 아직 남아 있는 사실은 정부 3.0이 내세우는 개방과 공유의 기조가 아직 정부 조직에 스며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웹발전연구소와 언론의 지적으로 문제가 알려지자 안전행정부는 2012년 8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 부처에 공문을 보내 웹 개방성을 점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 습관은 좀체 바뀌지 않았다. 지적을 받은 곳들 일부만 고쳤을 뿐이다. 2012년 8월 웹개방성 평가 때 전체 공개를 하고 있던 누리집의 비율은 55%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60%로 약간 개선되었을 뿐이다.
웹발전연구소가 2013년 주요 선진 7개국(G7)과 한국의 주요 정부기관 40곳의 웹 개방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종합점수 71점으로 꼴찌였다. 1위 일본(95점), 2위 영국·캐나다·이탈리아(90점) 등에 비해 많이 뒤처지는 성적이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장은 “정부 공공 데이터의 주인은 국민인데, 공무원 조직 안에는 아직도 자신의 것인 양 소극적으로 개방하는 풍토가 아직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웹 개방성은 사실 이미 인터넷상에 올린 공공정보를 국민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서비스하는지 기본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기본이 아직 미흡한 현실은 더 많은 개방과 민간 공유를 목표로 한다는 정부 3.0의 기조가 얼마나 확산될지 낙관하기 어렵게 만든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