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um_01

기사

[공개포럼]‘보이지 않는 감시’ 불안 고조…사용자 주권 요구로 역감시해야

2014.12.20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같은 채팅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이들이 국가 상대 소송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람과 디지털] 사람과디지털연구소 포럼

“지난 10월 정진우씨가 기자회견 하는 것은 봤지만 카톡방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죠. 밀양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만든 카톡방에 (정진우씨와) 함께 있었더라고요. 검찰청에 정보공개 청구도 했지만, 지금까지 두달 가까이 묵묵부답입니다. 단지 카톡방에 있었다고 시민의 정보를 다 털어 가고… 한때 공황 상태가 올 정도였어요.” “60대의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이아무개(여)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불안에 떨었다. 10월1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카카오톡(카톡)에 대한 검찰의 무차별 압수수색을 알리면서 우려하던 ‘정부기관의 메신저 검열’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씨는 밀양 송전탑 반대 모임에 참여하면서 열린 단체 카톡방에 정씨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방에 초대받고 말 한마디 꺼내지 않은 이씨이지만, 같은 메신저 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그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다음카카오라는 기업을 통해 수사기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씨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23명은 12월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국가와 다음카카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이런 식으로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넘어간 피해자 수는 모두 2368명에 이르는데, 그중 일부가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윤명희 “디지털기기 복잡해져도 이해없는 사용 가능해 위험 상존” 강정수 “데이터 보유기업과 협력통해 국가검열 이뤄지는게 진짜 위험성” 디지털 시대 사용자는 왜 불안에 떠는가? <한겨레> 부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12월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장에서 ‘스마트시대, 이제 디지털 사용자 주권이다’라는 주제로 공개포럼을 열고 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와 토론의 장을 펼쳤다. 발제자로 나선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윤명희 선임연구원은 이번 카카오톡 사건을 촛불집회, 미네르바 사건과 함께 디지털 사용자가 느끼는 위험을 드러내는 대표적 3가지 사례의 하나로 꼽았다. 윤 연구원은 “불안의 근거는 명확하다. 디지털 미디어를 매개로 이뤄진 소통을 위한 시도와 사용이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의 수중에 있을지 폭로되거나 누설되지 않는 한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함께 발제를 맡은 강정수 오픈넷 이사는 새로운 국가감시가 “이용자 개인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이용자 프로파일링 데이터를 소유한 기업과 협력”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공할 위험성이 있다고 짚었다. 프로파일링이란 여러 정보를 모아 한 개인을 구성하고 파악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번 사태 역시 다음카카오라는 회사와 검찰청이라는 국가기관이 협력적으로 이용자의 사적인 통신을 들여다본 사례에 해당한다. 특히 기업을 통한 정보 수집이 위험한 이유는 소수에 의한 데이터 독점 현상 때문이다. 강 이사는 “인터넷 네트워크는 평등하다는 생각은 초기 사용자들의 착각이었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특정 기업에 정보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 아마존이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해 이미 70%에 달했다. 어마한 양의 정보로, 정부 권력이 여기에 손을 댈 수 있다면 엄청난 힘을 쥐게 되는 셈이다. 카카오톡 사태의 경우, 정진우 부대표가 반나절 동안 활동한 대화방이 대상이었을 뿐인데도 2300여명의 개인정보가 수집되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장에서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주최 공개포럼 ‘스마트시대, 이제 디지털 사용자 주권이다’가 열렸다.

문제는 이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 있다. 윤 연구원은 “디지털 소통은 의무이자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또 기기가 복합적이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용은 가능하게끔 만들어져 나오기 때문에 이해 없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빅데이터 마케팅이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유익이 크다는 전제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이기에 디지털 시대에는 전에 없이 사용자 개인이 자신의 주권을 자각하고 지키기 위한 노력이 강조된다. 이날 23명이 국가에 대한 고발에 나선 것도 그런 생각이 바탕이 되었다. 이씨는 자신의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수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두려움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떠날 일이 아니죠. 시민이 주인인데 함부로 (정보를) 침탈하는 데 대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주인의식이 들었어요.” 포럼에서도 대응 방향으로 사용자의 주권의식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제안됐다. 윤 연구원은 “토론공동체의 형성”을 제안했다. “정부와 시민,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참여해 위험에 대한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소통 시스템 사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강 이사는 “감시에 대한 새로운 내러티브(서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쁘다는 점만 강조해선 사용자들의 관심과 정치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 역부족이며, 오히려 “데이터를 만들지 않는” 냉담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시란 사회와 개인을 무력하게 만들고 자기결정권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심리학 실험과 연구를 통해 감시가 대상자를 공격적이고 어리석게 만든다는 점이 드러났는데, 이런 위축 효과를 부각시킴으로써 광범위한 감시가 얼마나 사회를 병들게 만들 수 있는지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런 바탕에서 네트워크 사회에 정보의 약자로 배제되어 있는 이들을 사회적·정치적 참여자로 바꿔낼 수 있는 수단으로 ‘메이커 컬처’(스스로 직접 만들어 보는 문화를 일컫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서 프로그래밍 교육을 들 수 있다)를 강조했다.

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